
이영미/ 교사·<작은 친절> 지은이
입학식에서부터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던 주희. 친구들에게 흉기를 내밀며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빼앗기 일쑤였고, 그러지 말라는 나에게 ‘선생님 때문에 죽는다’는 말을 적어놓고 죽어버릴 거라고, 그래서 선생도 못하게 만들어줄 거라던 중학교 1학년 아이. 어렵게 마주앉은 아이의 부모, 아이가 친구들과 싸우고 남의 물건 뺏고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자신도 그렇게 컸다며, 교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아내에게 욕을 해대며 고함을 지르던 주희 아버지. 자지러지듯 교무실 바닥에 엎드리며 때리지 말라고, 두 손을 비비며 고개를 조아리는 주희 엄마의 목덜미는 온통 멍투성이였다. 며칠 동안 설득 끝에 주희는 나를 따라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심한 정서장애와 행동장애, 이름도 생소한 몇 가지의 장애로 인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부모의 무관심 속에 주희는 힘겹게 외줄타기를 하듯 학교 생활을 했다. 주희를 데리고 일주일에 두번씩 방과후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무료 상담소를 찾았지만 주희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2학년이 되어 만난 새 담임 선생님의 지극한 사랑에도 주희의 굳게 닫힌 마음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가출을 한 주희는 끝내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은 주희가 소년원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부모가 일하러간 동안 밖에서 잠겨진 방 안에 갇혀 혼자 자랐다는 아이. 배고픔과 두려움을 혼자서 감당하며 누군가 방문을 열 때까지 그렇게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했을 것이다. 주희 마음에 가득했던 부모와 세상을 향한 미움과 불만, 그리고 외로움. 내가 멘터 활동에 가장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때 주희에게 좀더 큰 힘이 되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아이들의 비행은 결코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 친구는 따뜻했다 형편상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는 내 친구. 나는 남편과 중학교 2학년인 큰 아이에게 우리 가족 모두가 멘터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다. 일요일에 함께 산행을 가자는 내 말에 큰 아이는 숙제가 있다며 내 시간을 빼앗겨가면서까지 왜 그래야 하는지를 물었다. “네가 함께 가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네가 무얼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야. 그저 편안하게 만나 이야기하고 함께 산에 오르고 김밥 먹고 하면 되는 거야. 그 오빠에게는 그런 친구가 필요한 것뿐이야." 혀를 빼물고 따라나섰던 큰 아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라 부르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잘도 한다. 며칠 전에는 우리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먹었다. 8살 적은 아이는 내 친구의 열렬한 팬이다. 오빠가 만들어준 것이 제일 맛있다는 아이를 향해 ‘고마워, 많이 먹어’ 하며 활짝 웃어 보이던 내 친구.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 둘째 딸아이를 위해 내 친구는 예쁜 선물을 준비해오고, 아이의 가늘디가는 손목을 잡아보고는 마음 아파하며 한참을 등에 업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내 친구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던 것이다. 가정의 달 5월. 우리는 새 식구로 인해 더욱 행복하다. 내게는 남자 친구가, 두 아이에게는 오빠가, 남편에게는 한번도 키워본 적 없는 아들이 생겼으므로. 이영미/ 교사·<작은 친절> 지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