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교수의 ‘수행’
등록 : 2003-05-07 00:00 수정 :
“혹시 이 문제로 총장실을 점거하게 되더라도 도와주십시오.”
서울대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으로 꼽히는
김수행 교수(61·경제학부)는 지난 5월2일 서울대에서 열린 ‘김민수 교수 복직촉구 대회 및 교수·학생 2인 연속시위 출정식’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무엇이 정년을 4년 앞둔 백발 노교수로 하여금 ‘총장실 점거’를 운운하게 만들었을까 김 교수는 “상당히 개혁적이라고 믿은 정운찬 총장이 김민수 교수 사건을 해결할 것으로 믿었는데,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 총장을 비판했다. ‘김민수 교수 사건’이란 서울대 미대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거론한 그의 논문 때문에 ‘괘씸죄’에 걸려 지난 1998년 재임용에서 탈락한 사건이다.
사건 이후 꾸려진 ‘김민수 교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계속 활동해온 김수행 교수가 이날 대책위 소속 다른 교수보다 강도 높게 정 총장을 비판한 데는 남다른 사정이 있다. 김수행 교수와 정 총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선후배 사이로, 평소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서울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김 교수가 정 총장을 지지한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정 총장이 선거 과정에서 김민수 교수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이를 바탕으로 개혁성향의 교수들에게 정 총장 후보 지지를 호소했는데 정 총장이 이를 지키지 않아 너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동료 교수들에게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2일부터 김세균 교수(정치학), 한인섭 교수(법학) 등 대책위 소속 교수들이 학생 대표와 짝을 이뤄 서울대 본관 앞에서 릴레이식으로 벌이는 2인시위의 첫 주자를 자청하게 된 것이다.
“태어나서 (집단시위가 아닌) 2인시위는 처음”이라는 김 교수는 이날 시위 내내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2인시위를 함께한 박경렬 총학생회장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잘 안 되면 본관 앞에 천막이라도 쳐야지”라며 강한 의지를 표했다.
강김아리 기자/ 한겨레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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