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장애인은 보험 가입도 못합니까?”

457
등록 : 2003-04-30 00:00 수정 :

크게 작게

사진/ 조병천씨(에이블뉴스 제공)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를 상대로 장애인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지체장애 1급 조병천(27)씨. 조씨는 지난 4월25일 조씨의 종신보험 가입을 거부한 ㅍ생명보험사를 상대로 5천만원의 정신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조씨는 소장에서 “지난해 9월 ㅍ생명보험사 보험모집인을 만나 종신보험 계약서를 작성해 1회분 보험료를 납입했으나, 한달 뒤 해지통보와 함께 납입금을 돌려주면서 ‘장애인은 가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 서강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중소기업에서 홈페이지 관리자로 일하는 등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꾸려온 조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인생도 바뀌었다. 보험사가 가입 거부에 대해 성실한 답변조차 하지 않아 분노를 느낀 조씨는 사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와 장애인단체 등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뛰었다. 이 과정에서 보험과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장애인 차별에 대해 눈을 뜨게 됐으며, 지금까지 관련 소송은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보험모집인 단계에서 장애인은 가입을 받지 않는데다, 차별을 당해도 소송에 이를 경제적·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조씨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하고자 지난 1월 회사를 그만두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로 들어갔다. 또 평소 장애인 관련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임성택 변호사와의 만남이 이뤄져 소송에까지 이르게 됐다. 대학 졸업 때 장애인 인권운동이냐 취업이냐 갈림길에서 취업을 택했던 그는 결국 한국사회의 장애인 차별에 맞서기 위해 결국 평범한 직장인의 꿈을 접고 말았다.

하지만 조씨는 좌절감보다 새로운 기대에 부풀어 있다. 조씨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나 자신은 보험 가입이 되겠지만, 그러면 개인적인 문제 해결로 끝나게 되기 때문에 사회를 바꾸기 위해 법적인 소송을 냈다. 단기적으로는 보험사와의 싸움에 집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해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김아리 기자/ 한겨레 사회부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