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산사태 맞은 지리산 일대 산청군 주민들… 여전히 복구 안돼 올 여름이 두려워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환경파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온 나라 곳곳에 퍼져 있는 송전탑은 3만6천여개나 된다. 공사 중인 것도 6400여개에 이른다.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널리 알려진 터라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주민들이 철거를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재산피해로 인한 민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지하매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폭탄 맞은 듯한 현장
그러나 부실한 송전탑 건설의 결과로 산사태와 붕괴 위협 속에서 8개월 이상 방치돼 고통받는 주민들이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상식 이하의 상황이 이어지는 현장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반천리와 내공리 일대 지리산 마을들이다.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이곳 마을들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는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 송전탑 작업도로에서 처음 발생해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골짜기 전체를 쓸고 가면서 하류의 인가와 농경지까지 파괴했다. 산사태 최초 발생지점은 너비 2~35m까지 패어 나갔고, 심한 곳은 작업도로가 끊어진 상태로 깊이 47m까지 패었다. 산사태는 마치 어마어마한 폭탄을 맞은 현장처럼 초토화된 모습으로 계곡 전체를 따라 수천t의 유실물을 쓸고 내려오면서 아랫마을 전체를 덮쳤다. 피해를 입은 계곡은 너비가 최대 200m까지 넓어졌다. 산사태는 모두 산청양수발전소와 의령변전소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건설을 위해 개설한 작업도로에서 시작됐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1997년 11월에서 2000년 4월까지 산청양수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중남부 지방에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와 의령변전소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131기(길이 45.9km가량)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에도 두곳을 연결하는 송전탑 13기와 10여km의 작업도로가 만들어졌다. 이 노선은 한전 345kV 건설처 송전부장이 “급경사인 산악지로서(평균 해발 700m) 철탑건립이 불가능하며 선로건설이 끝나더라도 사고에 대비해 신속한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한전은 안전문제를 뒤로한 채 애초 평지를 지나도록 돼 있는 송전선로 노선을 급경사 산지인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을 지나도록 변경했다. 급경사지에 무리하게 송전탑과 작업도로를 건설한 것이다. 무리한 공사는 개설된 지 2년이 조금 지난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345kV 작업도로 26개소가 붕괴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산림토목의 규정조차 무시하고 부실한 공사를 한 결과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이곳 주민들은 재산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붕괴와 산사태의 위험 속에서 8개월 이상 방치되고 있다. 사업자인 한전을 비롯해 경남도청과 행정부는 ‘나 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불안과 공포 속에 수해의 계절인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한전은 여전히 사고원인과 관련해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고 발뺌하고 있고, 관련 행정기관인 경남도청이나 행자부는 원인조차 밝히지 않은 채 일반적 ‘재해지구’로 선포해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복구 안 되면 2차 산사태 일어난다
한전의 건설공사가 산사태에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강우량 분석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대규모 산사태 당시 이곳 강우량은 하루 총 285mm, 시간당 최대 47.5mm였다. 그러나 송전탑 건설 전인 1987년에는 하루 287.5mm, 시간당 최대 53mm의 비가 내린 적이 있었다. 또 98년 1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대참사 때도 강우량은 하루 332.5mm, 시간당 최대 83.5mm였다. 당시에도 반천리와 내공리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역대 강우량 가운데 산림청과 건설교통부의 산사태주의보나 경보 수준 이상의 강우량이 내린 때는 모두 69회였지만, 송전탑과 작업도로가 건설되기 이전에 안정된 산지 상태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특히 마을 뒷산에 작업도로가 없는 근처 마을들에서는 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번 산사태의 원인이 부실공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즉, 송전탑과 작업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불안정 사면이 만들어져 산사태가 일어났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산사태의 피해가 복구되지 않을 경우 2차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지금도 마을 위 작업도로를 따라 총 34개소 균열이 발견돼 2차 산사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고작 4억원의 복구공사비로 일단 끝내자고는 상식 이하의 대응이다. 이 일대의 항구적인 복구를 위해서는 4억원이 아닌 40억원으로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한전이나 경남도청은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복구조차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재해와 재난의 관리감독청인 행정자치부도 산청의 상황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수행된 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히고도 관련 정부부처는 서로 외면하고 있다. 보상이야 시간이 걸린다지만 복구는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재해와 재난의 싹을 정부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두메산골의 주민들은 안전에 무방비로 내몰려도 된다는 것인지,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해서 사람이라도 몇명 죽어야 정부는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울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사진/ 대폭격을 맞은 것처럼 흉물스럽게 쓸려내려간 지리산의 천연림들. 무리한 송전탑 도로 건설이 빚은 인재의 현장이다.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이곳 마을들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는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 송전탑 작업도로에서 처음 발생해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골짜기 전체를 쓸고 가면서 하류의 인가와 농경지까지 파괴했다. 산사태 최초 발생지점은 너비 2~35m까지 패어 나갔고, 심한 곳은 작업도로가 끊어진 상태로 깊이 47m까지 패었다. 산사태는 마치 어마어마한 폭탄을 맞은 현장처럼 초토화된 모습으로 계곡 전체를 따라 수천t의 유실물을 쓸고 내려오면서 아랫마을 전체를 덮쳤다. 피해를 입은 계곡은 너비가 최대 200m까지 넓어졌다. 산사태는 모두 산청양수발전소와 의령변전소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건설을 위해 개설한 작업도로에서 시작됐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1997년 11월에서 2000년 4월까지 산청양수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중남부 지방에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와 의령변전소를 연결하는 345kV 송전탑 131기(길이 45.9km가량)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에도 두곳을 연결하는 송전탑 13기와 10여km의 작업도로가 만들어졌다. 이 노선은 한전 345kV 건설처 송전부장이 “급경사인 산악지로서(평균 해발 700m) 철탑건립이 불가능하며 선로건설이 끝나더라도 사고에 대비해 신속한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한전은 안전문제를 뒤로한 채 애초 평지를 지나도록 돼 있는 송전선로 노선을 급경사 산지인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을 지나도록 변경했다. 급경사지에 무리하게 송전탑과 작업도로를 건설한 것이다. 무리한 공사는 개설된 지 2년이 조금 지난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345kV 작업도로 26개소가 붕괴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산림토목의 규정조차 무시하고 부실한 공사를 한 결과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사진/ 송전탑 작업도로가 내려앉은 모습. 이런 곳은 비가 시간당 30mm만 내려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근처 마을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사진/ 애초 평지를 지나도록 설계됐던 송전선로 노선이 급경사인 반천리와 내공리 뒷산을 지나도록 변경되면서 산사태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