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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의 ‘천기’를 옌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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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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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선웅씨(이용호 기자)
‘장기수’ 최선웅(61)씨의 평생 화두는 ‘통일’이다. 19살 청년으로 4·19 시위에 참여해 정치적 현실에 눈뜬 뒤 통일운동에 몸바치기로 결심했다. 1967년엔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연대 기구인 ‘사회민주주의청년연합’의 남쪽대표로 평양에서 7개월 동안 활동했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조총련 간첩으로 몰려 20년 옥살이로 청춘을 보냈다. 감옥에서 나온 뒤엔 가족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서울 개포동 다리 밑을 전전했다. ‘남한 사람’으로 겪은 자신의 험난한 삶의 체험 탓일까. 한핏줄로 알고 마음을 열었다가 남한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중국의 동포들을 보며 느끼는 미안함은 남다르다. 초청강연 등을 하며 옌볜과 인연을 맺은 최씨는 옌볜대 도서관, 옌볜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룽징 3·13기념사업연구회 등에 책보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동포들에게 보내는 책 한권이 우리가 그들에게 입힌 상처를 덜 수 있길 바랍니다. 서울의 각 구청 문화원들에서 한해 버리는 책만 모아 보내도 옌볜에선 기쁘게 받을 겁니다.”

최씨가 무엇보다 옌볜 동포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은 최근 자신이 펴낸 <천기를 움직이는 사람들>(책만드는 공장 펴냄)이다. 생활기공의 맥을 이어받은 여성 기공사가 이를 온 세계에 퍼뜨려 인류애를 구현한다는 줄거리다. 남북한 과학자가 힘을 합쳐 기공을 연구하고, 단전에 모인 기를 이용해 첩보위성을 추락시킨다는 황당무계한 사건도 들어 있다. 하지만 최씨가 기공의 영험함을 소설로까지 쓰게 된 것은 옥살이와 불안정한 생활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기공치료를 통해 회복한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환부를 도려내는 서양의학보다 기공 같은 예방의학이야말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술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낙원동 ‘이문학회’의 사랑방에서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그는 옌볜에 책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휴대전화 번호(017-219-6334)를 일러줬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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