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기쁨보다 상처가 클지라도…
등록 : 2000-10-18 00:00 수정 :
“물론 힘들죠. 그래도 이왕이면 좀더 보람있는 곳에서 가르치고 싶어서요….”
조금 민망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말문을 열었다. 성이현(37·사진 오른쪽 끝) 교사는 한반도 남쪽 끝 제주도에서 왔고, 김재현(39·왼쪽 끝) 교사는 멀리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 두 사람이 조금 고생할 결심을 하고 ‘말뚝 박은 곳’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달산리에 위치한 부산직업전문학교.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하는 곳이다. 행정구역만 ‘부산’이지 부산시 끝자락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산골마을에 있다. 올 9월 초 문을 연 이곳에서 두 선생님은 전자과 학생 10명을 가르친다.
“뭐 특별히 힘든 건 없는데, 장애인들이 기초가 좀 부족해서요. 아주 기초적인 용어도 못 알아 들을 때는 참 난감하지요.”
학생들의 기초부족을 성토할 때는 김 교사의 목청이 조금 높아진다. 장애인들의 기초학습이 부족한 이유는 다름 아닌 사회적 여건 탓이 크다. 아무리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다닐 만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계단을 오르내리려 해도 보조시설이 필요한데 이것 하나 제대로 없는 학교가 ‘아직’ 많다. 힘들여 학교를 다닌다 해도 소외되기 십상이다.“영어 스터디 그룹, 한문 스터디 그룹이 있습니다. 부족한 기초를 메우기 위해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거죠. 이런 걸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서른다섯인 뇌성마비 장애인에서 열여덟인 지체장애인까지, 장애도 다르고 나이차도 크지만 스스럼없이 어울려 직업교육을 받는다. 빨리 배우는 사람은 조금 느린 사람을 도와주며 교사의 짐을 덜어주기도 한다.
“사실 졸업해서가 더 걱정이죠.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사회가 받아주지 않으면 좌절감이 그만큼 더 크거든요.”
고등학교 때 사고로 팔을 잃은 성 교사는 누구보다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깊다. “장애여성이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덧붙일 때는 그윽한 눈매가 더 깊어진다. 가르치는 기쁨보다 먼저 상처를 걱정해야 하는 게 장애인 직업학교 선생님의 오늘이다.
“그래도 직업학교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성격도 밝아지고 자신감을 키우는 애들이 많아요. 어쩌면 직업교육보다 더 소중한 거죠.” 올 9월 입학한 장애학생들이 졸업할 2년 뒤, 오늘의 걱정이 기우에 그치기를 성 교사는 간절히 바란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