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블록버스터?
등록 : 2003-04-30 00:00 수정 :
사진/ 서울영상집단 사람들(스카이라이프 정용일)
기억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것은 ‘미친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이마리오(연출·32), 공미연(촬영·31), 이안숙(프로듀서·30), 홍문정(조연출·31), 권혁구(녹음·27)씨 등 5명으로 이뤄진
서울영상집단 사람들은 오는 5월7일 베트남으로 떠난다. 두달 동안 중부지역 4개성(빈딘·푸옌·쿠앙남·칸호아) 10개 마을을 돌며 한국군에 대한 기억을 재생한다. 불행히도 그것은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살인의 추억, 그 반대쪽에 섰던 이들의 살벌한 추억. 그들이 만들려는 다큐멘터리 제목은 그래서 <미친 시간>이다.
<한겨레21>의 보도 이후 한국의 여러 공중파 방송들도 한국군 민간인학살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주로 사실관계를 짜맞추는 작업이었다는 게 연출을 맡은 이마리오씨 생각이다. 누가 죽였나, 희생자들은 정말 민간인이었나 따위의. 그것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유보적인 ‘의혹’으로 다뤄졌다.
“그들이 겪은 고통, 살아온 이야기들을 되도록 풍부하게 차분히 들으려고 합니다.” 이마리오씨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과거를 다시 되풀이하도록 단죄받는다”는 잠언을 사랑한다. 그는 베트남전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음으로써, 한국정부의 이라크 파병이 이뤄지고야 말았다고 믿는다.
<변방에서 중심으로>(1997년), <주민등록증을 찢어라>(2001년), <경계도시>(2002년) 등의 문제작을 발표해온 서울영상집단에게 이번 작품은 나름대로의 야심작이다. 5명의 스태프가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독립영화의 블록버스터’()란다.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강박을 갖고 떠나는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베트남 참전군인들도 앵글에 담을 예정이다. 총 90분 분량으로 오는 12월께 제작이 완료된다(02-745-4641).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