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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승리의 순간, 쿠르드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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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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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승리의 순간이다. 최소한 쿠르드인들에게는. 지난 4월20일 가랑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독립문 소공원에 모인 10여명의 쿠르드인들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쿠르드인의 존재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준비한 ‘나루즈’(쿠르드어로 새날이라는 의미) 행사에서 그들은 이라크의 쿠르드당조차 조심스러워 꺼내지 않는 ‘독립’을 마음껏 외쳤다. 그리고 노래와 포도주와 승리에 취했다.

사진/ 유현산 기자
“아직 현실로 드러나지 않아도 독립은 우리의 영원한 꿈이다.” 재한 쿠르드인 모임 ‘쿠르드 미팅’을 이끌며 이번 행사를 주도한 살라 알리(37)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그 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이란·이라크·시리아·터키에서 온 쿠르드인들이 500명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는 1996년 이라크 북부의 고향마을 카네킨에 후세인 군대가 쳐들어오자 목숨을 걸고 이라크 국경을 넘어 요르단으로 탈출했다. “다섯달 전 고향의 여동생에게 전화했더니 잘 있다고 했다.” 자신 때문에 가족이 고초를 겪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에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 장담한다. 혹시 이라크 정부가 추적할까봐 한국에서도 가명을 쓰고 지내던 살라의 친구는 옆에서 “이젠 사진 찍고 이름 밝혀도 두렵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그렇다, 미군은 해방군이다.” 알리의 믿음은 확고해보였다. 미국의 점령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쿠르드인들이 많지만, 알리는 미국이 쿠르드인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보장해줄 중요한 파트너라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이라크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는 것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국경을 믿지 않는다. 세계는 하나가 돼야 한다.” 이 말 속에는 수백년 동안 갈가리 찢겨 이웃 나라들에 지배받아온 쿠르드인의 아픔이 녹아 있다. 그러나 ‘해방자’ 미국에 대한 그의 과도한 신뢰는 위험해보인다.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미군 점령을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이라크의 미래는 복잡하기만 하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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