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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보인다 보여 ‘단칼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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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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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들 가운데는 “학원이 우리를 먹여살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실제로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취직할 길이 막히자 몇몇이 모여 학원을 차리거나, 학원 강사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주로 밤에 일하고, 시간제로 일할 수 있어서 학원 강사는 사회운동을 병행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서울시내 학원가에서 ‘단칼’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안일도 다산학원 원장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83년 대학 2학년 때 시위를 하다 붙잡혀 구속되는 바람에 동기들보다 늦게 대학을 졸업한 그도 전공을 살려 학원의 수학 강사로 나섰다. 그 뒤 운동을 함께 한 인연이 있는 강사들끼리 ‘계’를 만들어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고, 돈을 모아 사회운동하는 사람을 뒤에서 도왔다.

사교육 확산에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마음의 짐도 지고 있던 그의 모임 동료 12명은 이번에 색다른 책을 하나 냈다. <보이는 수학>(이룸E&B 펴냄)이란 제목이 붙은 이 고등학생용 수학 참고서는 얼핏 보면 보통의 수학교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해설서에 문제풀이 과정을 상세히 해설한 시디(CD)가 붙어 있고, 인터넷(www.boinun.com)에 연결하면 시디보다 더 자세한 해설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독특하다.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수학공부 하는 데 ‘정석’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수학은 혼자 공부하는 과목이었지요. 요즘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 않고는 수학공부를 못한다고 해요. 돈이 없으면 공부도 못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인터넷으로 무료 해설을 제공하는 책을 만들자고 처음 제안한 안씨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면서도, 무엇보다 책값 외에 따로 돈이 들지 않는 참고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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