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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악의 입 저항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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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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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연합
‘이라크의 입에서 포커판 조커카드’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은 이라크 수뇌부를 붙잡기 위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 등 52명을 포커 카드로 분류해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영 연합군에 배포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카드에서 ‘가장 센’ 스페이드 에이스에 올랐다. 이라크 정보사령관으로 후세인 대통령의 큰아들인 우다이는 하트 에이스 카드에 올랐다.

그런데 바그다드 함락 직전까지 미군을 물리쳤다고 큰소리치던 모하마드 사이드 알사하프 공보장관은 52명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데이비드 레이펀 국방부 대변인은 “알사하프 장관이 조커 가운데 한장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조커 카드는 게임의 종류에 따라 용도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조커 카드로 분류된 사람들은 중대 범죄자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전쟁이 터진 뒤 알사하프 공보장관은 결사항전을 주장했다. 그는 수백km 사막을 건너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미군 대열에게 “뱀처럼 잘라버리겠다”, “침략자들을 지옥의 불구덩이에 밀어넣어버리겠다”, “신은 지옥에서 그들(미국)의 위장을 구워버릴 것이다”라는 말로 겁을 주었다. 미군 탱크가 대통령궁을 밀고들어가도 그는 “영국군이나 미군은 바그다드에 없습니다”고 외쳤다.

알사하프 공보장관은 바그다드 함락 뒤 사라졌지만 인터넷에서 팬사이트(WelovetheIraqiinformationminister.com)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이라크 공보장관을 사랑한다’는 이름과 달리 미국인이 재미삼아 만들었기 때문에 알사하프 장관의 ‘허풍’에 대한 조롱이 가득하다. 알사하프 장관은 미국과 영국에게는 ‘악의 입’이었다. 하지만 아랍계 언론에서는 유창하고 때로는 허풍스러운 영어뿐 아니라 고풍스럽고 독특한 아랍어를 구사하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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