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컴퓨터를 사줍시다?
등록 : 2003-04-09 00:00 수정 :
우리나라에서 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운영체제 없이는 그야말로 깡통이 돼버린다. MS 운영체제를 이용하지 않으면 인터넷 뱅킹, 사이버 증권거래는 포기해야 한다. 또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없고, 민원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사기업이니까 그렇다 쳐도, 정부까지 국민에게 MS 사용을 강요해도 되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께 리눅스 컴퓨터 선물하기 추진 모임’(노리추·
www.rohlichu.org)은 대통령에게 리눅스 컴퓨터를 보내기 위해 최근 만든 모임이다. 대통령이 리눅스 운영체제를 채택한 컴퓨터를 사용해봄으로써 정부가 MS 운영체제 비사용자들을 얼마나 홀대하는지 직접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노리추를 처음 제안한
왕수용(30·프로그래머) 대표는 “MS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정부 사이트라면 누구나 접속 가능한 표준적 방식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리추는 3월22일부터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후원계좌(조흥은행 325-01-167213)를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할 컴퓨터 구입비를 모으고 있다. 이 돈으로 리눅스 운영체제가 깔린 컴퓨터를 사서 4월22일 ‘정보통신의 날’에 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정부기관 홈페이지의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왕씨는 “대통령에게 컴퓨터를 보내는 것이 권위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상징성을 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3월 말 정통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때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왕 대표는 “그것말고도 소프트웨어가 많은데, 장관이 특정회사 제품을 언급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또한 그는 “노리추는 이번 행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자기 변신을 계속하면서 정보 접근의 차별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