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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 여자의 ‘정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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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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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네21> 정진환
모델 겸 배우 변정수(29)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지난 달, ‘이라크 전쟁 및 한국군 파병 반대’를 외치며 돌연 국회를 ‘기습’한 것도 그런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 “텔레비전 보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어요. 그런데 여섯살 난 딸이 지금 불꽃놀이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화면에서 부상당한 아이들 보고선 병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 속으로 뜨끔했죠”, “엄마는 전쟁 때 뭐했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자원했다”는 그는 거리에 나선 후에야 ‘내가 거짓말하는 엄마가 아닌가’ 하는 자가진단에 떳떳해졌다.

처음에 그는 가족시위를 계획했다. 하지만 법률상 국회 앞에서는 2인 이상 시위를 하지 못한다는 현행 법령에 따라 ‘홀로’ 나섰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벌인 명백한 침략전쟁이잖아요.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파병을 준비하고 있으니 갑갑해요. 전쟁 잘 하라며 길 닦아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전쟁은 특히 아이들에겐 이루 말할 수 없는 지옥이라고 말하는 그는 올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국제민간기구 굿 네이버스 홍보대사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기아 구호활동은 일정상 놓쳤는데 기회가 있으면 북한에 먼저 가서 밥 먹기조차 불편한 장애아들을 돕고 싶어요.”

‘정면 승부’는 변정수가 살아온 방식이다. 정상의 모델로 활동하던 당시, 그는 트랜스젠더 역할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아들였다. 다른 여배우들이 기피하는 역할을 넙죽 받아들인 것에 대해 그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배우 생명은 끝 아닌가요.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그런 변정수를 이제,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다. 전주영화제 개막작인 인권영화 프로젝트 <여섯개의 시선> 가운데 정재은 감독이 연출한 <그 남자의 사정(事情)>에 출연한 것. 성범죄자 신상공개 명단에 오른,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남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딸을 둔 엄마로 등장한다. “아, 그런데 전주영화제는 레드 카펫이 없다면서요”

이영진/ <씨네21> 기자 ant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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