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스포츠’를 번쩍 들다
등록 : 2003-04-09 00:00 수정 :
지체장애 1급인
곽정용(37)씨는 서울 지하철공사에서 일한다. 날마다 새로 입고되는 1만여개의 부품을 관리하는 게 그의 일이다. 하지만 그는 밤에 ‘역사’(力士)로 변신한다. 3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하지만 일반인들도 버거워하는 100kg짜리 역기를 ‘식은 죽 먹듯’ 들어올린다.
그는 지난 3월16일 제2대 장애인스포츠협의회장으로 뽑혔다. 장애인스포츠협의회는 장애인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단체. 지난 여름 부산아태장애인경기대회를 앞두고 대회 보이콧을 선언해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열악한 훈련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벌인 당시 시위는 국내 장애인스포츠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장애인스포츠는 그 사회의 장애인 복지수준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가늠자죠. 스포츠를 즐기는 장애인이 많은 사회일수록 장애인 복지가 잘 발달돼 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올림픽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나라들을 보면 유럽과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 복지 선진국들이 많다. “우리는 장애인스포츠를 재활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저변이 매우 취약합니다.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가 없어 장애인스포츠가 제대로 정착이 안 됐죠. 그러다 보니 장애인생활체육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가 코치로 데뷔한 지난해 부산대회 때의 ‘악몽’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명색이 국가대표 선수들인데 대회가 끝난 뒤 돌아갈 직장이 없어진 거예요. 사업주가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을 무단결근한 것으로 간주해 잘라버린 거죠.” 그는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때부터 선수로 활동하다 2000년 시드니대회 이후 현역에서 물러났다. “실제로 장애인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한번 보세요. 일반 스포츠 못지않은 감동을 느낄 겁니다.” 그의 회장 취임 소감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