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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니가 뭐냐고 인권운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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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4-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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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 서울 강남역 앞에서 테이프 노점을 하던 장애인 최정환씨가 구청 앞에서 분신했다. 고아로 자라나 뺑소니차에 치여 척추가 마비된 중증장애인 최씨에게 노점은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94년 12월 단속이 벌어졌고, 용역원과 밀고 당기던 끝에 그만 왼쪽다리가 부러졌다. 구청쪽은 고소하지 않으면 최씨와 동료들이 노점상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으나, 부러진 다리가 붙기도 전에 약속을 어겼다. 또다시 대대적 단속에 들어간 것이다. 최씨는 구청에 찾아가 따지려 했으나 싸늘한 냉대와 멸시만 받고 끌려나왔다. 쫓겨난 정문에서 최씨는 한많은 목숨을 불길 속에 던졌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끝내 숨을 거두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인권위에서 일하던 고상만씨는 병원으로 내달렸으나 들어갈 수가 없었다. 몇겹으로 막아선 경찰이 고씨에게 던진 말. “니가 뭔데”

사회적 약자들의 투쟁에 함께할 때마다 수없이 들은 이 말은 인권운동가 고상만(33·의문사진상규명위 조사관)씨의 책 제목으로 돌아왔다. <니가 뭔데…>(청어 펴냄)는 그가 10여년간 인권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최씨들’의 사연을 기록한 책이다. 뿐만 아니라 군의문사 피해자들, 공권력 피해자들, 사법 피해자들 등 “사회적 살인의 희생자들을 대신해” 쓴 책이다.

90년 동우대 학생회장이던 김용갑의 의문사,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고 한 동기생의 분신을 목격한 그는 경찰의 호송버스 안에서 자신과 약속했다. “오늘의 이 상처를, 이 고통을 아름다운 미래를 만드는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그 약속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온전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고상만씨는 거리를 누빈다. 길을 막는 공권력에는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한다. “나 인권운동가!”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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