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거뜰 다 주거떠!
등록 : 2003-04-02 00:00 수정 :
얼굴엔 검은 분칠을 하고 레게파마 머리를 흔들며 흑인 분장으로 무대를 요란하게 뒤흔든다. 헐렁한 파자마 차림새지만 뱃살도 함께 출렁인다. “이쁜 거뜰 다 주거떠.” 앨범 부제로는 이런 ‘선전포고문’을 내걸었다. 요새 한창 뜨는 여성 4인조 그룹
‘버블 시스터즈’는 아예 ‘안 예쁜 얼굴’이 마케팅 전략인 듯하다. 신나게 연주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못생겼다기보다는 오히려 ‘노래 잘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드니까.
난다(30·서승희), 노라(26·강현정), 수연(23·김수연), 하루(22·김영지). 완벽한 흑인음악을 구사하겠다는 포부로 지난해 2월 뭉쳤다. 과연 버블 자매는 데뷔 앨범에서 솔·블루스·리듬앤드블루스 등을 완벽히 소화하며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톱가수들의 코러스 등을 거치며 모두 국내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닦은 이들은 앨범 수록곡 중 5~6곡은 직접 작사·작곡을 맡기도 했다.
“하느님 날 도와주세요. 조금만 더 예뻐질 순 없나요. 눈코입 다 맘에 들지 않아. (…)난 변할게. 널 위해서.” 못생기고 뚱뚱해서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도 못하는 여자의 심리를 묘사한 <버블송>은 영화 <시스터액트>처럼 출렁이는 리듬감과 뮤지컬 같은 역동적 구성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한때 나이트클럽에서 날렸던 댄스곡
을 리메이크한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는 버블 자매의 탁월한 가창력이 돋보인다. “꿈에서라도 단 하루라 해도/ 내 운명의 남잘 꼭 만나고 싶어/ 생각만으론 싫어/ 남자들이 비처럼 오늘밤에 거리에 쏟아져준다면.” 천장을 뚫고 침대 위로 남자가 쏟아져 내려오길 바란다는 원곡의 노랫말을 심의 때문에 완화시켰다고 하지만, 워낙 정곡을 찌르는 듯한 버블 자매들의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실려 리메이크곡은 빛을 발한다. 음악성이 받쳐주지 않아도 외모나 ’개인기’로만 거품 같은 인기를 얻는 가요계에 ‘거품 자매’의 활동이 기대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