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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경제학원론’의 사제 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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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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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가 함께 책을 내는 일은 가끔 있다. 그러나 사제 3대가 함께 한권의 책을 쓰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 노태우 정부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가운데) 박사가 1974년 처음 쓴 <경제학원론>이 강산이 세번 바뀌며 마침내 3인 공저로 옷을 갈아입었다. 조 박사 외에 정운찬(서울대 총장·맨 왼쪽)·전성인(홍익대 교수)의 이름이 함께 공저자로 오른 것이다.

조 박사가 “현실 사회 이해도구로서 경제학”을 표방하며 집필한 이 책은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을 현실과 연결해 쉬운 문체로 설명함으로써, 한때 많은 대학에서 교과서로 채택했다. 그러나 조 박사가 88년 부총리로 부임하면서 책의 개정작업이 어려워졌다. 이때 새로운 경제이론과 변화하는 현실을 담아 개정판을 쓴 사람이 조 박사가 가장 아끼던 제자인 정운찬 교수였다. 조 박사는 공로를 높이 사 새 책을 조순-정운찬 공저로 출판했다.

2인 공저이던 이 책의 생명은 그 뒤 세월이 흐르면서 또 한 차례 위기에 직면했다. 정 교수가 지난해 서울대 직선총장에 당선되면서 책을 손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 총장은 서울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이 책의 개정작업에 참여한 제자 전성인 교수에게 일을 부탁했다. 이렇게 해서 사제 3대가 함께 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를 놓고 마치 조순학파 수제자들의 계보를 보는 듯하다고 말한다.

조 박사는 이번 개정판 머리말에서 정 총장을 “나보다 훌륭한 또 하나의 저자 겸 보호자”, 전 교수에 대해서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가 배출한 가장 뛰어난 소장학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정 총장은 “전 교수가 작업을 거의 다 한 것이다”고 제자에게 공을 미루고, 전 교수는 “나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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