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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바람의 딸, 희망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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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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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우종 기자)
전쟁은 끝났다. 아니다. 전쟁은 다시 터졌다. 그 모든 곳으로 한비야(45)씨는 바람처럼 떠난다.

최근 10년간의 내전이 끝난 남부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이 그의 첫 목적지다. 이제 막 미군의 포염에 휩싸이기 시작한 이라크는 마지막 기착지가 될 것이다.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은 중간에 들른다.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서, 그는 이번 여행에서 홍보요원으로 활동한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어린이와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시에라리온에선 집단강간, 인도에선 아동노동의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인들이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지 국내에서 홍보하는 게 주임무다.

“한국에도 버려진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까지 나가서 돕느냐고요 우리나라 지도만 펴놓지 말고 세계 지도를 펴볼 것을 권합니다.” ‘월드비전 한국’의 2003년 테마는 ‘전쟁과 평화’. 올해는 휴전 50돌이기에 더욱 뜻깊다. “50년 전 먼 나라 한국을 위해 사랑의 손길을 보낸 외국인들이 그런 핀잔을 들었을 거예요. 일부의 멸시와 비웃음을 뚫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한 거죠. 이제 우리도 받은 걸 돌려줄 때가 되지 않았나요”

오지여행가에서 구호활동가로 변신한 지 3년째인 그는 자신을 가리켜 ‘설거지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사고뭉치 부시의 설거지가 늘었다. “미사일과 총의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에게도 식량과 약품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들이 사람을 죽이려 혈안이 될 때, 우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예전엔 ‘바람같이 다닌다’는 뜻에서 ‘바람의 딸’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이제 ‘바람’은 그에게 ‘희망’을 뜻하는 단어가 됐다. 희망의 딸….

3월26일 출국하는 그는 5월 초에 이라크로 들어간다. 그가 보고 겪은 일들은 <한겨레21>에 연재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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