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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moshee로 살아난 한산 세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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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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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이 잠자리 날개처럼 섬세하면서도 까칠까칠한 질감으로 시원함을 선사하는 한산모시. 민영경씨는 최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모시 컬렉션’을 열었다. 한산 세모시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명주혼방 기술과 천연염색 기술을 결합해 현대적 멋을 풍기는 모시작품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인 그는 모시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모시 재배·직조·염색의 모든 공정을 책임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모시 박사’.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1997년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천연섬유 사업을 모색한다. 공부를 하다 보니 150여종에 이르는 동남아 모시 종류 가운데 한산모시가 가장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는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게 한산모시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자카르타 인근 산자락에 60만평 규모의 농장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한산모시관의 도움도 얻었다. 직원 350여명 규모로 성장한 이 농장에서 모시 재배는 물론, 실 생산과 직조, 천연염색까지 해낸다. 그는 한산모시 단점인 비침과 구김을 극복하고, 여러 색채를 입혀 ‘moshee’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moshee’는 미국 뉴욕의 다카시마 백화점에 입점했고, 지난해 매출액 18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가 독자적으로 연구한 모시와 명주의 혼방기술은 국내 발명특허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모시 코스모폴리탄’이라는 국내법인도 설립했다. 이 법인을 통해 좀더 많은 물량을 세계로 수출해 한국에 더 많은 세금을 내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젊은 여자가 일찍 성공했다고들 하지만 6년 동안 잠 못 자고 일했어요. 진짜 사업은 이제부터입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숨겨진 한국의 토속미가 아직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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