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오인용!
등록 : 2003-03-19 00:00 수정 :
“야근은 밥먹듯하면서도 월급도 제때 못 받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자. 우리끼리 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나 실컷 만들자고 생각했죠.”
플래시애니메이션 그룹
‘오인용’(
www.5p.co.kr)은 척박한 애니시장이 만들어낸 ‘우연’이었다. 지난해 여름 계원조형예술대학 출신 다섯명의 남자가 서울 강남 논현동 반지하 전세방에서 합숙을 시작했다. 백건·씨드락·데빌·혁군·기몽(뒤에 씩맨이 합류해 오인용은 실제로 육인용이 된다). 이들에겐 반드시 일주일에 3개 이상의 작품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만이 유일한 ‘생활규칙’이었다. 대부분의 가구는 동네 골목에서 주워오고, 감자로만 끼니를 때워도 행복했다. 기획부터 스토리 구성, 그림, 목소리 더빙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평소 주고받는 농담·욕설도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 폭력적인 두 친구 이야기인 <식맨 아맨> 등으로 잔잔한 인기를 모은 오인용은 <폭력교실> <연예인 지옥> 등을 통해 급부상했다. 지난해 말 가수 ‘무뇌중’이 군대 가서 겪는 일들을 그린 <연예인 지옥> 편을 올리자 갑자기 하루 10만명이 몰렸다. 여중생의 죽음에 분노해 미군을 응징하는 내용을 다룬 <미안하다, 얘들아>는 반미 분위기를 타고 사이버 세상에 급속하게 퍼졌다.
이러다 보니 오후 2~3시가 되면 서버가 막히기 일쑤였다. 몇달 동안 고심하던 이들은 자체 서버를 마련하기로 했다. “올 2월 중순부터 서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죠. 혹시나 했는데, 1시간 만에 30만원이 들어왔어요. 울면서 감사 애니를 만들었죠. 덕택에 애초 한달 동안 모금하려던 계획을 바꿔 1주일 만에 목표액을 채웠습니다.”
‘오인용’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을 걱정하는 열성팬들은 비누·휴지 같은 생필품을 비롯해 쓰레기 봉투까지 들고 작업실을 찾는다. 이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받지만, 이들은 여전히 인터넷이 무섭다.
“작품에 대한 반응이 속속 오니까요. 한편으론 우리가 네티즌을 의식해 자기검열을 할까봐 걱정이에요. 우린 피가 뚝뚝 떨어지는 하드코어, 아주 야한 애니까지 애초 가진 저돌성을 살려 계속 작업하고 싶어요.”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