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우리사주’를 업그레이드한다

451
등록 : 2003-03-19 00:00 수정 :

크게 작게

우리사주제도를 둘러싼 두 가지 풍경. 하나,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1조3천억원의 잉여금을 사내유보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냈지만 우리사주조합에는 한푼도 출연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의 종업원지주제(ESOP)는 이익이 났을 때 회사쪽이 우리사주에 일정액을 출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래서 ESOP가 도입된 미국 기업의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은 30∼40%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우리사주조합의 평균지분율은 2.42%에 불과하고, 회사의 유상증자 때 20%를 우선 배정받는 것 외에 하는 ‘역할’이 거의 없다. 회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유령 우리사주조합도 많다.

둘, 국내 ㅅ기업은 노동자 호주머니를 털어 자본금을 충당하는 수단으로 우리사주제도를 편법 이용했다.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강제 배분한 뒤 종업원들을 독려해 수천만원씩 대출받아 주식을 사게 했는데, 대주주는 서둘러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고 곧이어 회사는 부도를 맞고 주식은 휴짓조각이 돼버렸다. 종업원들은 회사를 떠나지도 못하는 처지다. 주식을 사느라 퇴직금보다 더 많은 빚을 졌는데, 회사를 떠나면 당장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사주는 노예문서나 다름없다.

우리사주조합 연합단체인 ‘우리사주조합 연대회의’가 곧 결성된다. 현대자동차 우리사주조합·LG화재 우리사주조합·쌍용자동차 우리사주조합 등은 최근 모임을 열고 5월에 우리사주조합 연합단체를 띄우기로 했다. 국내 우리사주조합은 2036개 조합(조합원 93만8천명)으로 양대노총에 버금가는 거대한 노동자(종업원) 단체가 출현하는 셈이다. 연대회의 결성을 주도해온 현대자동차 우리사주조합 하부영(43) 조합장은 “노동자 소유경영참여 목소리는 높았지만 우리사주제는 유명무실하고 분배 정의도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사주의 취득·보유·의결권 행사 등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고, 우리사주가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선진화를 도모하는 수단으로 자리잡도록 활동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사주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현장의 산업민주주의 차원에서 도입됐다. “자본과 노동의 타협이란 점에서도 경영이익 중 몇%를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