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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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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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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수 출신의 교육수장 윤덕홍 부총리… 행정의 투명성 통한 교육개혁 기대 높아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둘 때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 새 정부 첫 교육부총리 인선을 놓고 우여곡절이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노 대통령은 3월6일 다른 부처 장관보다 1주일 늦게 윤덕홍 대구대 총장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했다. 바둑처럼 장고 끝에 악수 가능성을 걱정하던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취임 다음날부터 족벌언론 거센 비판

사진/ 발로 뛰는 총장에서 국민의 편에 서는 부총리로.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대구대 총장시절 특유의 친화력과 추진력을 보여줬다. (대구대 제공)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전국적으로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구에서는 사회단체 활동과 사학민주화운동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30년 넘게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의 경력을 보면 몇 가지 점이 두드러진다. 고교 교사, 대학 교수, 대학 총장을 거친 흔치 않은 경력에, 1995년에는 재단으로부터 한때 해임당한 ‘해직교수’였다. 그는 그해 직선제 총장에 선출됐으나, 재단이 기획처장 시절 대학 땅을 살 때 행정처리 잘못을 들어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는 바람에 해임됐다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서 구제돼 4개월 만에 복직한 적이 있다. 그는 97~98년에 전국민주화교수협의회 전국공동의장을 맡아 사학민주화운동에 힘썼다.


하지만 윤 부총리의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총리 취임 다음날인 8일부터 이른바 조-중-동의 비판이 집중됐다. ‘장관 취임 일성이 대입제도 변경이라니’(<조선일보> ‘사설’), ‘윤덕홍 세대 걱정된다’(<조선일보> ‘시론’) ‘또 새 대입제도-윤 부총리 제도변화 가능성 발언 파장’(<조선일보> 사회면 머리기사), ‘교육개혁 잠시 미루자’(<동아일보> ‘동아광장’), ‘우려되는 교육부총리의 평등주의’(<중앙일보> ‘사설’) 등 비판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윤 부총리의 대구대 총장 시절 행정내용은 이런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 대구대 관계자는 “윤 부총리가 대구대 총장 시절 학제개편, 행정부서 전면 팀제 실시, 영기준 예산제도(Zero Base Budgeting System)의 도입, 교수업적평가제와 교수성과급제 도입, 고객만족의 행정혁신 등을 이끌었다.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총장에게 획일적 평등주의자란 비판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부총리는 총장 시절 기업들의 요구를 파악해 학생들에게는 현장감 있는 체험학습을 통해 수요자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그는 또 취업철이면 1주일에 3~4일 동안 지역의 기업체를 돌아다니며 제자들의 취업을 부탁했다. 이 때문에 그의 별명이 ‘발로 뛰는 총장’이었다.

대구대 관계자들은 윤 부총리의 장점으로 정면돌파와 친화력을 꼽았다. “등록금 책정 때도 학생들과 마주해 예·결산 서류를 모두 공개하고 설명한 뒤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등록금 인상 내역이 있으면 빼주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윤 부총리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구대신문사 신호준 편집장은 지난해 등록금 투쟁집회를 들었다.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근거를 밝히라며 대학본관 앞으로 몰려가자 윤 총장이 직접 이야기하자며 본관에서 나왔다. 학생들과 총장이 이야기하는 도중 갑자기 한 학생이 신발을 벗어던지는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윤 총장은 땅에 떨어진 신발을 주워 학생에게 돌려주고 ‘앞으로는 말로 하지’라고 말했다.”

친화력 바탕으로 정면돌파 피하지 않아

그는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한 친화력도 높다. 지난달 말 대구지역방송 지역분권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방청객이 질문을 하자 요즘 유행어인 “맞습니다. 맞고요”란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고등학생 대상 입시설명회에서 “왜 별명이 발로 뛰는 총장이냐”는 물음에 “손으로 뛰면 이상하잖아”라고 대답해, 딱딱한 입시설명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부총리로 취임하려고 상경한 전날인 5일 대구대 학내 언론사 학생기자들을 만나 ‘발로 뛰는 총장’에서 ‘국민의 편에 서는 교육부총리’, ‘한국 교육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교육부총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부총리가 제자들과 한 마지막 약속을 잘 이행할지 이제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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