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 다시 똘똘 뭉쳤다
등록 : 2003-03-11 00:00 수정 :
경기 고양시는 한때 ‘러브호텔’로 유명한 곳이다. 물론 지역주민들의 러브호텔 추방운동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활기를 띠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그 뒤로는 신규허가가 나지 않아 지금은 새 도시 가운데 러브호텔이 가장 적은 곳이 되었다. 러브호텔 추방을 위해 싸운 고양시 시민단체들이 다시 똘똘 뭉쳤다. 시가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양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호수공원에 ‘노래하는 분수대’를 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시는 건립 예정지에 이미 철망까지 둘러쳤다.
1999년 임창렬 전 경기도지사가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처음 보고 “너무 멋있다”며 지시해 시작됐다는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사업에는 경기도와 고양시가 절반씩 모두 245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14만명의 고양시 초중고등학생을 위해 지원하는 교육경비의 6.7년치, 보육시설이라면 166개나 건립할 수 있는 돈이다. 분수대는 연간 유지비만도 6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호수공원에 들어가려면 앞으로는 돈을 내야 할지 모른다. 예산지출의 우선순위만이 분수대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니다.
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
한동욱(35) 회장은 3월9일 호수공원에서 열린 시민궐기대회에서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뛰어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어린이들과 함께 산에 가서 생태학습을 마치고 막 돌아온 길이었다. “반대에 그치지 말고, 그 자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그에게 호수공원은 “꼬마부들 같은 새로운 식물종이 발견되고, 물수세미 같은 귀한 식물이 자랄 정도로 잘 조성된 습지며, 이로 인해 한강 하류보다 더 많은 물고기가 살고, 이 물고기를 보고 이제 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한 곳”이다. 그 새들을 위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유일한 빈터 3천여평에 분수대를 지어 새들을 쫓아버리겠다는 시의 결정을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분수가 내는 음악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 어느 쪽이 더 필요하죠” 호수공원을 한번이라도 가본 모든 사람에게 그가 던지는 물음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