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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부끄러운 문화답사’ 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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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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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인포’ 회원들의 본업은 기록문학이 아니다. 영화사·전업작가·웹진·대기업·게임기획 등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퇴근 뒤의 밤시간과 휴일을 이용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한국외국어대의 기록문학회가 모태였는데, 1993년부터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10년째 작업을 벌이고 있다. 97년에 출판된 <부끄러운 문화답사기>(북이즈 펴냄)가 첫 성과였다. 최근에는 그때 기록한 일제 잔재가 어떻게 바로잡아졌는지, 또 새로 밝혀진 건 어떤 것들인지를 덧붙여 개정판을 냈다. 곧 미군 잔재문화를 조사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이후에는 이주노동자 문제 등으로 조사·기록의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회원은 9명인데 절반가량이 결혼을 했고 생업도 따로 있어 지방취재는 그때그때 휴가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담당하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무형의 왜색문화도 많지만 저희는 유형의 잔재물을 답사하고 기록하는 건데, 철거를 하는 게 청산이냐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철거가 곧 청산은 아니고, 바르게 기록하고 후손에 바르게 알리는 게 맞는 방향 같아요.”

이 모임 회장 전준석(34)씨는 책으로 첫 성과를 낸 97년 이후 군산에서 여고생들이 같은 목적의 모임을 만들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부끄러운 문화답사기>는 절판을 할 수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든 기록이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에 개정판을 냈고, 앞으로도 계속 내용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제주 해안가는 진지동굴이라고 불리는 동굴 15개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관광객들 사이에는 천연동굴로 알려졌지만, 일제 때 화약고로 쓰기 위해 만든 인공동굴이다. 이렇게 개정판에 추가된 내용을 보면 아직도 조사하고 기록해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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