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이 꽂히는 ‘생일파티’
등록 : 2003-03-11 00:00 수정 :
2월19∼22일 서울 종로구민회관에서 특이한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올려졌다. 제목이 ‘생일파티’인 이 공연의 배우들은 대부분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지체장애인이거나 언어장애 때문에 대사 전달이 힘든 사람들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지체장애인 극단 ‘휠’의 단원들이다. ‘생일파티’는 생일을 맞은 한 지체장애인의 집에 도둑이 들고, 이들이 옥신각신하던 끝에 함께 잔치를 벌이는 내용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넘기 위해 장애인이 먼저 닫힌 마음의 문을 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들이 무대라는 표현의 공간을 통해 마음의 스트레스도 풀고, 내성적이기만 하던 성격도 조금씩 활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 신이 납니다.” 공연 연출을 맡은
윤정환(31)씨 소감이다. 윤씨는 2001년 11월 극단 ‘휠’의 창단 때부터 함께 해왔다.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 회원이던 그는 장애인들의 문화공연 관람을 발벗고 나서 주선하다 알게 된 중증장애인 독립생활연대 송정아 간사와 뜻이 맞아 창단을 준비했다. 현재 20여명인 단원들은 대부분 중증장애가 있지만 매주 수요일이면 효창운동장 근처 사무실에 모여 대본읽기와 즉흥연습 등을 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91학번인 윤씨는 동국대 연극과를 거쳐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에서 일반 대학원 석사에 해당하는 전문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지만 본업은 직업 연출가다. 98~99년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의 2대 연출을 맡았으며 지난해에는 한국 연극계에서 처음으로 자본공모를 통해 <내 아내의 남편은 누구인가>를 대학로 무대에 올렸다. <내 아내의…>는 각색돼 SBS 단막극 <오픈드라마>에서 선보였다.
윤씨는 2001~2002년 가출소녀재활교육시설인 은성원 원생들이나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이른바 ‘문제아’들을 데리고 공연을 한 일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꼽았다.
극단 ‘휠’은 지금 한벗회 사무실의 한 귀퉁이를 빌려쓰지만 다음달 정도엔 조그만 사무실을 따로 마련할 계획으로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02-716-0302).
전종휘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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