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경력의 ‘룸 어텐던트’ 노영심씨가 계약직에서 용역직으로, 다시 시위현장으로 내몰린 사연
노영심(52)씨는 경력 10년이 넘은 ‘룸 어텐던트’다. 1992년에 처음 객실관리 일을 시작한 뒤 무궁화 다섯개짜리 특1급 호텔 ‘그랜드힐튼’에서만 줄곧 일했다. 처음에는 호텔에 직접 고용된 계약직 사원이었다. 해마다 한두명씩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됐는데, 노영심씨가 ‘하늘 같은 정규직’이 되려는 찰나 직영계약직이 모두 용역계약직으로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놈의 2000년 12월18일’이었어요. 어쩐지 그 하루 전날, 바른말 좀 하고 뭔가 제대로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갑자기 휴가를 주더라고요. 그렇게 말발 좀 있는 사람들은 그날 아예 출근을 안 시켰어요. 무슨 ‘미팅’을 한다고 해서 내려갔더니 ‘회장님 결정으로 경영방침이 바뀌었다’면서 글씨가 빽빽이 적힌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는 거예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좀 어리버리한 사람들에게 먼저 도장을 찍게 하고, 근무기간이 오래된 사람들은 맨 마지막에 도장을 찍게 하고…. ‘직영에서 용역으로 바뀌는 것일 뿐 아무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단물 빨아먹히고 팽당하다
회사가 그렇게 한 것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4개월 동안 파업을 벌였을 때 회사가 계약직 사원들에게 했던 약속을 정반대로 지킨 셈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호텔 간부들이 ‘당신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고생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대우해주겠다.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거나 최소한 근로조건을 대폭 올려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우리는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파업 기간에 다른 업장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객실 운영은 가능했던 거예요. ‘하우스 키핑’ 부서장은 파업 끝나고 나중에 오히려 승진했다니까요. 결국 우리를 팔아넘기고 자기는 승진한 거지요. 그때 우리가 뭘 몰라도 한참 몰랐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나가서 정규직들과 같이 싸우는 건데….” 그러나 노영심씨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전혀 나몰라라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때 우리 몇 사람이 돈을 조금 걷어서 정규직 사람들한테 전달했어요. 그 사람들이 집에도 며칠씩 못 들어간 채 주차장에서, 야산에서, 뙤약볕 아래서 정말 열심히 싸웠거든요.”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 이은녀(47)씨가 깜짝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언니,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아직까지 까맣게 몰랐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끝내고 호텔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객실관리 업무를 맡았던 사람들은 모두 용역직으로 전환되었다. 호텔 직원에서 졸지에 용역회사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우리한테 단것 다 빨아먹었으니까 ‘이제 너희는 필요 없다’ 그거지요. 한마디로 우리는 팽당한 거예요. 그 다음에 우리가 겁을 먹고 여성노조에 가입한 거지요. 용역회사로 바뀐 이후 더 불리해지는 것들이 있을까봐…. 처음에 회사에서는 우리가 여성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관리자 한 사람이 여성노조 조합원들이 있는 르네상스 호텔로 옮겼는데, 아마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나 봐요.” 회사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도 조합원들에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계약이 만료되는 2002년 12월18일이 다가오는데, 회사가 이상하게 그에 대해 일체 말이 없는 거예요. ‘회사 사정상 2월7일까지 계약기간이 연장됐다’는 말만 하고는 업무에 대해서조차 일체 잔소리를 하지 않는 거예요. ‘셋업’이 조금 틀리거나 VIP룸 거울에 물방울 자국 하나만 있어도 특1급 호텔이라고 그렇게 까다롭게 굴더니 전혀 잔소리를 하지 않는 거예요.” 잔소리 안하던 회사의 비밀
회사의 이상한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노동법 지식이 필요하다. 여성노조 서울지부는 회사가 그렇게 한 이유를 “용역 노동자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 행위를 일체 하지 않음으로써 노동법상 사용자로서의 법률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술수”였다고 파악한다. 그 이상한 비밀이 풀린 것은 50일이나 지난 뒤였다.
“2월7일에 일 끝낸 뒤 퇴근하려고 내려가보니까 전체 28명 중에서 우리 21명의 다음날 스케줄이 없는 거예요. 정확하게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 21명의 이름에만 모두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잘렸다’는 것도 모른 채 관리자에게 ‘스케줄이 왜 이러냐’고 물었지요. 처음에는 모르겠다고 하더니, 호텔쪽과의 계약이 ‘아이서비스(주)’라는 다른 용역회사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우리는 새 용역회사의 직원들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머지 7명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승계받지 않을 수는 없어서 7명만 고용승계 받기로 했다’는 거예요.” 그러나 고용이 승계된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조합원들과 비교할 때 근무경력이 짧고 업무수행능력도 떨어지는 사람들이니 회사의 설명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노영심씨의 머리에는 회사 관리자들이 그동안 내뱉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노동조합에는 왜 가입했느냐 노동조합이 조합비를 꼬박 떼어가면서 당신들에게 해주는 것이 뭐가 있느냐 우리가 잘 차려준 밥상을 왜 당신들 스스로 걷어차느냐 멀쩡히 잘 다니는 직장을 왜 스스로 걷어차느냐”
마치 인심쓰듯 계약을 연장해놓고, 50일 동안 회사는 ‘아이서비스(주)’라는 새 용역회사를 물색하고, 그 용역회사가 인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자신들은 열심히 일만 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노영심씨와 동료들은 매일 아침 호텔 부근에서 집회를 연다.
“호텔 근처의 마땅한 장소에는 호텔쪽에서 5월까지 집회신고를 다 해놓은 상태라 모일 수도 없어요. 호텔 건너편 고가다리 밑에서 집회를 열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우리 몇명이 아무리 크게 외쳐봐야 호텔에는 들리지도 않아요. 집회를 마친 뒤에는 역삼역 부근에 있는 새 용역회사로 찾아가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형편 나은 사람들이 계속 싸워야죠”
한달이 지난 지금 마지막까지 남은 ‘동지’는 노영심씨를 포함해 모두 10명이다.
“한달 동안은 죽기살기로 싸우자고 처음에 결정했고, 그 약속을 모두 지금까지 똑같은 마음으로 잘 지켰어요. 그러나 이제는 정말 멀고 살아야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어제 조합원들과 하루종일 토론했어요. 마음속에 있는 얘기 다 꺼내놓고, 울고불고, 싸움도 하고, 남을 사람은 남고, 일할 사람은 가고…. 그렇게 결정해놓고 ‘안 죽으면 다시 만나자’고 말하며 나가는 조합원들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남아서 계속 싸우기로 한 동지들과 함께 노영심씨는 3월부터 호텔 앞 ‘1인시위’라는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그래도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계속 싸워야지요”라고 노영심씨가 말하자 옆에 있던 이은녀씨가 “그래. 맞아. 형편이 좀 덜 급한 사람들이 남은 거예요. 언니네가 우리 중에서는 그래도 제일 낫잖아”라고 말해 모두 잠시 웃었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답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현실적으로 얻은 것은 없어요. 그렇지만 산 지식을 얻었어요. 세상을 좀 크게 바라보는 눈이 생겼잖아요.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면 다른 호텔의 수많은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할 거예요. 호텔이나 용역회사로서는 그게 불보듯 뻔하니까 막는 거고요. 솔직히 아줌마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누구나 짐을 지기는 싫어하면서 성과는 갖고 싶어하잖아요. 우리라고 왜 그런 생각이 없겠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여기서 포기하면 조합원들이 모두 떨어져나갈 텐데…. 누군가는 분명히 해야 하는 싸움이잖아요. 그래야 당장 해결되지는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 이런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지 않겠어요”
누군가는 분명히 해야 하는 싸움을, 이처럼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을 나는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다.
하종강|한울노동자문제연구소장

회사가 그렇게 한 것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4개월 동안 파업을 벌였을 때 회사가 계약직 사원들에게 했던 약속을 정반대로 지킨 셈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호텔 간부들이 ‘당신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고생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대우해주겠다.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거나 최소한 근로조건을 대폭 올려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우리는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파업 기간에 다른 업장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객실 운영은 가능했던 거예요. ‘하우스 키핑’ 부서장은 파업 끝나고 나중에 오히려 승진했다니까요. 결국 우리를 팔아넘기고 자기는 승진한 거지요. 그때 우리가 뭘 몰라도 한참 몰랐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나가서 정규직들과 같이 싸우는 건데….” 그러나 노영심씨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전혀 나몰라라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때 우리 몇 사람이 돈을 조금 걷어서 정규직 사람들한테 전달했어요. 그 사람들이 집에도 며칠씩 못 들어간 채 주차장에서, 야산에서, 뙤약볕 아래서 정말 열심히 싸웠거든요.”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 이은녀(47)씨가 깜짝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언니,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아직까지 까맣게 몰랐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끝내고 호텔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객실관리 업무를 맡았던 사람들은 모두 용역직으로 전환되었다. 호텔 직원에서 졸지에 용역회사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우리한테 단것 다 빨아먹었으니까 ‘이제 너희는 필요 없다’ 그거지요. 한마디로 우리는 팽당한 거예요. 그 다음에 우리가 겁을 먹고 여성노조에 가입한 거지요. 용역회사로 바뀐 이후 더 불리해지는 것들이 있을까봐…. 처음에 회사에서는 우리가 여성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관리자 한 사람이 여성노조 조합원들이 있는 르네상스 호텔로 옮겼는데, 아마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나 봐요.” 회사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도 조합원들에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계약이 만료되는 2002년 12월18일이 다가오는데, 회사가 이상하게 그에 대해 일체 말이 없는 거예요. ‘회사 사정상 2월7일까지 계약기간이 연장됐다’는 말만 하고는 업무에 대해서조차 일체 잔소리를 하지 않는 거예요. ‘셋업’이 조금 틀리거나 VIP룸 거울에 물방울 자국 하나만 있어도 특1급 호텔이라고 그렇게 까다롭게 굴더니 전혀 잔소리를 하지 않는 거예요.” 잔소리 안하던 회사의 비밀

노영심씨와 함께 해고된 그랜드 힐튼 호텔 어텐던트들이 호텔 건너편 고가다리 밑에서 시위하고 있다. 호텔 근처의 마땅한 장소에는 호텔쪽에서 5월까지 집회신고를 다 해놓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