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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회연대은행’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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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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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지난달 26일 ‘사회연대은행’이라는 낯선 금융기관이 간판을 내걸고 발족했다. 주요 고객은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를 비롯한 저소득층, 장기실업자, 장애인, 저소득 여성가장 등이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저축할 돈이 있을까 그렇다. 흥미롭게도 이 은행의 예금고객은 한명도 없다. 대출고객뿐이다. 사실은 정식 은행이 아니라 예금을 받을 수도 없고, 은행이란 이름을 쓰기도 뭣하다.

사회연대은행은 담보도 없고 어디 돈 빌릴 데도 마땅찮은 사람들을 위한 ‘빈민은행’이다. 한국YMCA전국연맹, 자활후견기관협회 등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신용대출이라 담보나 보증인이 필요 없다. 개인대출도 되지만 여러 명이 참여하는 공동체형 창업에 우선 대출해준다. 창업자금은 1인당 1천만원 이내, 연이율은 4% 안팎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대출기금은 개인·민간단체·기업 등으로부터 기부금 형태로 조성하고 있다. 현재 10억원가량 마련했는데 5년 안에 200억원 이상을 모아 200∼300가구의 빈곤층에게 대출할 계획이다.

사회연대은행 이종수(49) 상임이사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평범한() 금융맨이다. 학창시절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살이도 했고, 직장생활 중에도 야학을 쫓아다니며 현실 개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일로 동남아를 떠도는 동안 점차 의식이 부패해가는 것을 느꼈다. “젊을 때 갖고 있던 생각은 어느새 잊히고 혼자 잘먹고 잘사는 내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3년 전 귀국한 그는 “이제 정신차릴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사회복지활동에 뛰어들었다. 예전에 직장일로 방글라데시의 빈민은행인 ‘그라민은행’도 몇번 찾아갔는데, 그 은행을 본뜬 사회연대은행 설립에 발벗고 나섰다.

사회연대은행은 빈곤층에게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창업하면 경영기술·유통 등 비즈니스 면에서도 지원할 예정이다. “대출기금 마련이야 개인 후원금·위탁금 등 개미의 힘이 뭉치면 가장 좋죠. 국민은행에 로또복권 팔아 지탄만 받지 말고 로또 한장 파는 데 얼마씩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사회연대은행 02-324-9637)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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