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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쌍둥이, 함께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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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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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한쌍도 아닌 세쌍의 쌍둥이가 한날 한시에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2월26일 한국군 내 유일한 국립고등학교인 공군기술고등학교 졸업식에는 평소와 다른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날의 주요 이야깃거리는 온통 세 쌍둥이에 얽히고 설킨 것들이었다. 세쌍의 쌍둥이는 김재용·경용, 정수원·정원, 김동민·동구 형제다. 모두 19살 띠동갑이다. 이들은 학교문을 나서면서 공군의 중견간부인 기술부사관으로 임관됐다. 앞으로 항공기정비, 기상관제와 통신전자 분야에서 영공방위와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세 쌍둥이 때문에 교관들이 가장 골탕을 먹었다. 각 쌍둥이들이 같은 과에 배치되는 바람에 혼선은 더했다. 이 가운데 특히 김동민·동구 형제는 한참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도무지 분간이 안 된 모양이었다.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이름을 바꿔 부르지 않은 교관이 없을 정도다. “학용품을 수령하거나, 식사를 하러 가면 두번씩이나 온다고 눈총을 주는 바람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일일이 다 설명할 수도 없고, 때로는 귀찮아 그냥 넘어갔죠. 나를 동생인 동구로 착각해 동기생들이 끝까지 눈치를 못 챈 적이 많아 그냥 친구처럼 맞장구를 쳐준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김동민군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적이 많은 학생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쌍둥이 형제들은 다른 학생들에 견줘 외로움을 덜 타는 이점이 있다. 공군기술고등학교의 모든 학생은 3년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탓에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릴 때 겪는 군대생활’과 다름없다. 따라서 쌍둥이 형제들은 서로의 버팀목이 돼주면서 학업에 더 충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이 하사로 임관한 뒤에도 같은 부대에서 또 얼굴을 마주 보며 근무하게 될지 여부가 궁금하다. 쌍둥이들은 유치원 생활부터 함께해와 이제 서로에게 지겨울 만도 할 텐데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표정들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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