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여협 ‘아줌마 명함갖기 운동’… ‘00엄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왕초보를 위한 컴 도우미, 저를 불러주세요.”
학원가에 나붙은 지라시가 아니다. 경북 구미시 공단동에 사는 양순복(37)씨 명함에 새겨진 문구다. 구미시 아줌마들은 요즘 지갑과 가방에 명함을 넣어다니기 시작했다. 구미시여성단체협의회(이하 구미여협·www.azime.or.kr)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아줌마 명함갖기 운동’은 벌써 수백명의 아줌마들에게 이름을 찾아줬다.
별명 적고 신조까지 써넣어
깔끔하게 이름과 연락처, 주소만 쓴 아줌마도 있고, 예쁜 사진을 올리거나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루어진다”, “내 생각이 머무는 곳에 내 인생이 있다” 등 좋아하는 문구를 올린 아줌마도 있다. 양씨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적절하게 알릴 표현이나 별명을 쓰기도 하고, “꼬옥 기억해 연락해줄 거죠 또 만나요!!”처럼 재미난 구절을 내세우기도 한다. 구미여협은 한번 신청에 50개들이 한통씩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주고 필요하면 더 만들어준다. 물론 공짜다. 찬호·찬숙이 엄마로 불리던 양씨는 시민회관과 초등학교에서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강의를 했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이 박힌 명함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일찍 결혼해 애 둘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아오며 내 이름을 잃어버린 듯했다. 이런 계기로 또 다른 나를 찾은 느낌이다.” 구미시 원호동 윤재아(38)씨는 우연히 반상회보에서 이 소식을 듣고 신청을 했다. “딱히 명함을 뿌릴 일도 없고 꼭 필요할 때 찍으면 되지 싶어서” 그냥 지내던 윤씨는 가끔 길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 메모지 찾느라 부산 떨거나, 동창 모임에 갔을 때 명함 한장 없는 게 아쉬웠다. 큰 기대를 안 했지만, 우편으로 배달된 명함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그래서 친구 두명에게도 깜짝 선물로 명함을 대신 신청해줬다. 윤씨는 명함 뒷면에 자신의 신조를 적어넣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
주부모임이나 부녀회 등을 통해 홍보할 때는 “아이고, 줄 데도 없는데” 하며 넘긴 아줌마들이 많았으나 입소문이 나며 문의신청이 줄을 잇는다.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아이들 선생님한테도 나눠주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한동네에서 한집 식구처럼 넘나들며 살아도 정작 서로의 이름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구미여협이 지난해 행자부 선정 여성정책우수기관으로 꼽히며 시작됐다. 2천만원의 상금을 받아 명함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사고, 마침 시민복지회관에 여성협력센터를 만든 구미시청을 설득해 일을 벌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달랑 자기 이름만 넣을 걸 뭐하러 찍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몇몇 남자들도 아줌마들의 호응에 말문을 닫았다.
아줌마 명함갖기 운동은 마감시한 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화나 팩스로 신청하면 일주일 안에 만들어주고, 방문신청을 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준다(문의 054-464-3480). 구미여협 장영희 간사는 “아줌마 명함갖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 그동안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라는 위치에서 자신을 숨기던 아줌마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고, 자신을 알리고 자랑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멋진 아줌마 명함 고르기 전국대회가 열릴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깔끔하게 이름과 연락처, 주소만 쓴 아줌마도 있고, 예쁜 사진을 올리거나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루어진다”, “내 생각이 머무는 곳에 내 인생이 있다” 등 좋아하는 문구를 올린 아줌마도 있다. 양씨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적절하게 알릴 표현이나 별명을 쓰기도 하고, “꼬옥 기억해 연락해줄 거죠 또 만나요!!”처럼 재미난 구절을 내세우기도 한다. 구미여협은 한번 신청에 50개들이 한통씩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주고 필요하면 더 만들어준다. 물론 공짜다. 찬호·찬숙이 엄마로 불리던 양씨는 시민회관과 초등학교에서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강의를 했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이 박힌 명함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일찍 결혼해 애 둘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아오며 내 이름을 잃어버린 듯했다. 이런 계기로 또 다른 나를 찾은 느낌이다.” 구미시 원호동 윤재아(38)씨는 우연히 반상회보에서 이 소식을 듣고 신청을 했다. “딱히 명함을 뿌릴 일도 없고 꼭 필요할 때 찍으면 되지 싶어서” 그냥 지내던 윤씨는 가끔 길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 메모지 찾느라 부산 떨거나, 동창 모임에 갔을 때 명함 한장 없는 게 아쉬웠다. 큰 기대를 안 했지만, 우편으로 배달된 명함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그래서 친구 두명에게도 깜짝 선물로 명함을 대신 신청해줬다. 윤씨는 명함 뒷면에 자신의 신조를 적어넣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

사진/ 지난해 말 열린 여성정책 워크숍에서 아줌마 명함갖기 운동을 홍보하는 구미시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 (구미시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