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준비하는 인터넷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에 전교조·교총 등 일제히 “인권침해다”
몸무게 60kg 이상 전국 여고생 연락처는 바로 돈이 되는 정보다. 비만클리릭이나 살 빼는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 이 여학생들을 겨냥해 장사를 할 수 있다. 160cm 미만 전국 남자 중학생들 명단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대상으로 관련업체에서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며 운동기구나 약을 효과적으로 팔 수 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을 못하는 서울 강남의 고교생 명단을 강남지역 수학 전문학원이 손에 넣는다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정보를 모으는 것은 불법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맞춤 정보’를 가공할 방법도 없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이런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
교육부 “교사 업무 가벼워진다”
3월 새 학기부터 교육부는 전국 학교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을 운영한다. 나이스는 전자정부 구현이란 목표 아래 교육인적자원부, 시·도 교육청과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단위 학교 안 학사, 인사, 예산, 회계 등 교육행정 업무를 연계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2000년 9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나이스는 지난해 11월 인사·예산·회계·시설 등 22개 업무를 개통했다. 교육부는 교무·학사, 보건, 체육 등 5개 분야는 3월 서비스를 개통할 예정으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말할 때 어감이 좋으라고 교육부는 NEIS를 일부러 독일어 투로 나이스라고 부른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전교조 관계자들은 NEIS를 영어식으로 네이스로 읽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학무보가 성적 이외에는 자녀의 정보를 알지 못했으나 나이스가 갖추어지면 출결 상황, 신체발달 상황, 진로 지도 사항 등 학생생활기록부나 학생건강기록부 등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학부모는 자녀들의 성장과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적절한 자녀 지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졸업생은 각종 증명서를 떼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해당 시·도 교육청이나 출신학교를 찾을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하여 우편으로 받거나 가까운 학교를 찾아가면 전국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다.
교육부는 상급기관 등에서 요구하는 단순·반복적 질의나 통계자료는 시스템에서 바로 처리되므로 교사들의 업무가 휠씬 가벼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3월 이후 나이스를 시험운영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전교생이 2700명이 넘는 큰 학교라 학생들의 전학처리가 대단히 복잡한 일거리였다. 관련 서류가 도착하지 않아 원래 다니던 학교로 전화하거나 보내온 디스켓이 깨져 다시 보내달라고 하는 등 번거로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이스 시범학교끼리는 마우스를 몇번 누르면 학생 전·출입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라면 나이스(NEIS)는 말 그대로 ‘나이스’하다. 교육계도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미래형 디지털 교육행정 지원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양달이 있으면 응달이 있게 마련이다.
전교조는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 침해 등을 들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으로의 정보 옮기기 거부, 신상정보 입력 거부 등 ‘교사 불복종 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보수적인 교육단체인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교총)도 나이스의 3월 시행 연기를 주장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명확한 대안 제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 보건일지에 적힌 200여 가지의 학부모, 학생들의 신상정보나 교사와 학생들의 상담 내용까지 인터넷을 통해 교육청 서버로 집중된다. 온 나라 학생들의 인적 사항과 12년 동안의 교육기록을 인터넷을 통해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은 온 국민의 개인정보를 한 손에 움켜쥐겠다는 경찰국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개인 정보를 정부에 내어줄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또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정보가 따로 있으면 큰 의미가 없지만 전국 학생과 학부모의 개인정보가 집적·통합관리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전국 초·중·고생의 미묘한 정보까지 모두 수록
교육부는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관련 지적이 있은 뒤 생활기록부의 학생과 학부모 신상정보에 대한 입력 항목을 크게 줄였고 세부 프로그램을 고쳐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진철 서울 창덕여중 교사는 “생활기록부뿐만 아니라 ‘생활지도카드’의 보호자란에 학부모의 주민번호, 주소, 학력, 내·외국인 구분, 국적, 이메일 등을 적게 되어 있고, 양친이냐 편모·편부 구분, 자택이냐 전세냐, 사회시설에 수용된 적이 있느냐 등 미묘한 내용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보수적 성향의 교총도 2월14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한 우려 의견을 냈다. 교육부가 3월 시행을 강행하면 시행연기 촉구활동을 벌이겠으며 인권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으므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는 나이스를 두고 뒤숭숭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나이스가 뭔지도 모르고 있다. 전교조가 2월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맡겨 전국 초·중·고생 학부모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인터넷을 통한 학적 정보의 발급 서비스는 52%가량이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65%는 자기 자녀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가 넘는 부모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자녀의 성적, 상담기록과 어떤 병을 앓았는지를 관리하는 것을 반대했다.
한 초등학교 양호교사는 “숨기고 싶은 간질, 언어장애, 정신장애나 몸무게 같은 기록을 본인의 허락도 없이 교육청 건강기록부 서버에 두고두고 보관하겠다는 발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해킹이나 뜻하지 않은 실수로 이 자료가 공개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2월6일 참여연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23개 시민단체들은 ‘중대한 인권침해, NEIS를 폐기하라’는 공동성명서를 내어 “나이스 시행령에서는 집적된 자료가 다른 부처로 옮겨갈 수도 있음을 명시하고 있어, 개인의 신상기록이 행정자치부나 병무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교육과 무관한 기관으로 넘겨져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웜 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 대란, 신용카드 복제와 불법 예금 인출 등의 사례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척박한 수준에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었다”며 “인터넷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개방과 공유란 인터넷의 특성상 철벽보안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새 정부 인권정책 시금석될 듯
이에 대해 교육부는 나이스는 4중 침입차단 시스템을 갖추었고, 24시간 보안전문가가 운영하며, 신상자료 접근은 담임교사 등 정당한 권한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시·도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원자료에서 만들어진 2차 자료에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가 벌인 학부모 조사에 따르면, 83%가 정보의 유출 위험성이 높다고 걱정하고 있었고, 87%가 개인정보가 흘러나가 자녀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교조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문제점이 충분히 보완될 때까지 진행 중인 시행절차를 바로 동결하라고 한다. 또 늦었지만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에 귀기울이고, 여론 수렴 결과에 따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시행 여부와 세부적 개선방안을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은 특별담화문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새 정부 인권정책의 시금석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나이스(NEIS)를 둘러싼 상황이 전혀 ‘나이스’하지 않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진/ 교육부가 마련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사용지원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교육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 증대’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학무보가 성적 이외에는 자녀의 정보를 알지 못했으나 나이스가 갖추어지면 출결 상황, 신체발달 상황, 진로 지도 사항 등 학생생활기록부나 학생건강기록부 등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학부모는 자녀들의 성장과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적절한 자녀 지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졸업생은 각종 증명서를 떼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해당 시·도 교육청이나 출신학교를 찾을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하여 우편으로 받거나 가까운 학교를 찾아가면 전국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다.

사진/ 전교조가 만든 ‘네이스’반대 홍보물은 발가벗겨진 학부모·학생의 인권을 고발하고 있다.

사진/ 교육과 상담은 교사와 학생의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나이스의 시행은 개인정보의 유출·악용 등 통합관리의 위험성이 너무 크다. (강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