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책을 선물합니다
등록 : 2003-02-19 00:00 수정 :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사원들에게 자신의 뜻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화학 소재 전문업체인 SK케미칼
홍지호 사장에게는 ‘책’이 그 대답이다.
홍 사장은 최근 해외출장을 떠나면서 팀장급 이상 간부 250여명에게 책을 한권씩 나눠줬다. 패트릭 라일리라는 사람이 쓴 <1쪽짜리 제안서>(The One Page Proposal)다. 라일리가 철강왕 카쇼기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갔다가, 투자를 받는 대신 1쪽이라는 짧은 분량에 제안내용을 정리하는 방법을 컨설팅받은 뒤, 그 내용을 발전시켜 쓴 책이다.
“읽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눈에 사로잡는 기획서야말로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장식한 두툼한 제안서보다 강렬한 1쪽짜리 폭탄을 제조하라.” 책을 나눠준 홍 사장의 주문 내용이다. 그는 “이 책은 제안서를 작성하는 단순한 요령서가 아니다. 책에는 간결하지만 명확한 사업계획을 추진하려는 경영기법과 변화를 촉구하는 자극제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보고서와 기획안을 검토해야 하는 사장이야말로 ‘짧게 정리된’ 문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업무를 대부분 이메일로 처리하고 있는 SK케미칼의 직원들은 홍 사장에게 이 책을 선물받고 난 뒤, 모든 문서의 분량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가상승과 원화절상 등 외부환경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과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장의 메시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홍 사장의 책 선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에도 <최후의 리더십>(로버트 슬레터), <꿀벌과 게릴라>(게리 해멀) 등 경영서적을 분기마다 1~2권씩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직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읽은 책의 제목들을 머리 속에 떠올릴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