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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꿈의 결실, ‘웃는책’에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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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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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꿈을 꾼다. 돈을 많이 벌면 양로원을 세우겠다고, 혹은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겠다고. 김소연(33)씨에게도 꿈이 있었다. 어린이와 같이 웃으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 꿈이 실제로 그런 공간을 만들게 했다. 어린이 도서관 ‘웃는책’. 경기도 일산 성저마을 한구석에 자리잡은 37평짜리 웃는책은 그의 꿈과 부딪히면서 따뜻한 문화공간이 되었다. 회원 수는 80명 정도. 한달에 5천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책을 빌려갈 수 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낸 시인이면서 동화작가이기도 한 김씨가 지난해 9월 ‘웃는책’을 만드는 데 들인 비용을 금전으로 환산하면 2500만원가량 될 것이다. 그러나 그를 도와준 사람들의 값은 매길 수가 없다. “남편이 건축가라서 인테리어를 맡아주었고, 같이 ‘웃는책’을 시작한 어머니들이 동화읽기 도우미가 되어주셨어요. 화가인 여동생이 일주일에 한번씩 이곳에 들러 아이들에게 그림지도를 해줬고요."

그래서 이 공간은, 책을 읽기만 하는 도서관이 아니고 책에 대해 학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이야기하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보는 종합문화공간이 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환경이 척박하잖아요. 그래서 좀 깊은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김씨는 설명한다. 페인트도 남편과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칠했다. ‘웃는책’은 그래서 밝은 책으로 가득 차 있다. 레몬색 문을 열면 하얀 벽에는 동화그림이 그려져 있고, 파란색 책상과 빨간 의자, 아이들 키에 맞춘 낮은 책꽂이가 인상적이다.

“공부하는 곳이라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처음에는 엄마손 붙잡고 오던 아이들도 나중엔 자기가 좋아서 와요. 아이들에게 책은 문화적 산물이 아니고 장난감이거든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공감할 때 가장 보람있다”는 그에게 대여섯살짜리와 책을 읽고 공감이 되느냐고 물으니까 “오히려 배운다”고 말한다. 다섯살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다섯살다운 기발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려웠던 일는 역시 재정문제로 곤란을 겪을 때. 조금씩 조금씩 불어난 적자가 네다섯달이 되면 어느새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6월에는 집세가 올라서 장소를 이전하기도 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김씨는 동화읽기 모듬(세미나)도 하고 출판사 일도 한다. 현실적인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이 공간을 유지해 나가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가 꿈을 꾸기 때문일까.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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