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왜 영상편지를 찍는가
등록 : 2003-01-29 00:00 수정 :
작가
심지(본명 심향진)씨는 심지가 바르다. 언제 전달될지 모르는 이산가족 영상편지를 디지털 캠코더로 꾸준히 찍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한적십자사가 주관한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에 참여한 게 계기였다. 그는 애초 적십자에서 부탁받은 영상편지를 다 만들었지만 이후에도 ‘부치지 못하는’ 영상편지를 계속 만들고 있다.
“제가 찍은 영상편지를 대한적십자사에 보냈는데, 적십자사에서 잘 보관하고 있다가 언젠가 좋은 상황이 되면 북한의 가족들에게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홈페이지(shimji.org)에 지금까지 만든 이산가족 영상편지 동영상들을 올려놓았다. 영상편지는 이산가족들이 헤어지게 된 사연, 북의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는 젊은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보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평화에 대해 생각하기를 기대했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영상편지 무료제작 신청을 받고 있다.
그는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고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줄 모른다”고 하지만 영상편지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 이산가족 섭외, 인터뷰 취재, 편집 등 모든 작업을 혼자 해야 한다. 영상편지 1통을 만들려면 꼬박 1주일이 걸린다. 게다가 돈도 생기지 않는 일이다. “분단으로 50여년을 흩어져 살아야 했던 이산가족 1세대 가운데 많은 분이 한을 풀지 못한 채 이미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분들 생전 모습을 영상에 담아두면 설사 돌아가신 뒤라도 북쪽의 가족들이 생전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간절한 바람은 영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살아생전에 그 분들께서 직접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는 1986년 덕성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89년, 90년 두 차례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작가가 뭐 별거냐. 이 땅에 그리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작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것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또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