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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겨레21>은 15살 미만 구독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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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1-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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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교육을 하는데 왜 안 됩니까” SOFA 개정에 대한 시사수업을 강제로 막은 가람중학교

사진/ “학교에서 수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가람중학교 교장은<한겨레21>을 교재로 활용한 도덕교사의 SOFA 개정에 관한 시사수업을 일방적으로 막았다. (박승화 기자)
효순이 미선이 추모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가람중학교 도덕담당 교사인 엄창선씨는 1학년 5반 학생들과 함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대한 시사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엄 교사는 이날 교재로 <한겨레21> 421호의 표지이야기 ‘부시는 사과하라’ 가운데서 ‘SOFA가 강요하는 호의’라는 기사에 나오는 주한미군 범죄 관련사진과 SOFA의 의미와 배경, 조항 등을 정리한 프린트물 등을 준비했다.

“불리해지자 사진의 잔인성만 문제삼아”

수업을 시작한 지 10분가량 지났을까 이 학교 김명식 교장은 교감과 연구부장을 불러 마치 범죄현장을 덮치듯 사진을 찍게 하고 수업을 그만두라고 강요했다. 엄 교사는 “주권교육을 하는데 왜 안 됩니까”라며, 이 수업을 하면 왜 안 되는지 아이들에게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교장은 이를 무시하고 그냥 나갔고, 수업은 15분 만에 중단됐다.


엄 교사는 “교장은 내가 교육과정에 없는 걸 가르쳐서 법을 어겼다며 나를 범법자로 몰았다. 제3자를 내세워 ‘SOFA 수업 절대 안 하겠다. 잘못했다’는 말이 들어간 사유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교장은 원칙적으로 SOFA 수업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불리해지자 지금은 <한겨레21>에 나오는 사진의 폭력성과 잔인성만을 문제삼고 있다”고 말했다.

교장이 문제삼는 사진이란, 1992년 미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윤금이씨 사체 사진이다. <한겨레21>은 현행 소파가 미군 범죄를 감싸는 구실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기사에서, 미군 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을 담은 16개의 작은 사진을 실었다. 전체의 맥락에서 이 사진을 본다면 16개 사진 가운데 하나인 윤씨의 사진만이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현실의 폭력성이지 사진의 폭력성이 아닌 것이다. 더구나 이 사진은 인터넷에 이미 공개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진이며, 주요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돼 있다.

엄 교사는 “<한겨레21>이 15살 이상 구독지도 아니고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논술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정기구독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사진을 보여주기 전에 사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하고, 사진보다는 우리나라의 형사재판권 이행실태에 초점을 둘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사람 시신을 보여주기에, 학교에서 수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계획에 없는 계기교육(시사수업)을 실시할 경우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엄 교사는 사전결재를 받지 않았다. 소파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나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러나 현행 7차 교육과정은 “학습자의 민주 시민적 자질 함양과 지역사회 참여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종 사회문제에 관한 시사자료를 교재화하여 지도한다”(교육부 고시 1997-15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며, 계기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전교조 고양중등지회 오성탁 사무국장은 “학교쪽은 SOFA 수업에 대해 사전에 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전혀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결재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교장과 뜻을 같이하는 일부 학부모들도 엄 교사에게 전화를 거는 등의 방법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생각은 어른들과 다르다. 한 학생은 “수업을 받기 전에는 미국을 무조건 미워하고 반대했는데, 이제 좀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미국을 볼 수 있게 됐다. 우리더러 어리다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이해할 만한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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