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의 등불로 한마당 밝히며…
등록 : 2000-10-10 00:00 수정 :
그가 야학과 인연을 맺은 곳은 화장실이다.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간 지난 95년, 화장실에 앉아 벽에 붙은 스티커를 우연히 보게 됐다. 야학강사(강학)를 모집하는 광고였다.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학생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뭔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는데 스티커가 눈에 확 띄더라고요. 그때는 오늘까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전용준(30)씨도 처음에는 소외된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야학을 시작했다. 야학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그것이 “건방진 생각”임을 느꼈다. 제대로 야학을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다지고 그만뒀다. 97년 그는 다시 야학에 뛰어들었다. “눈높이를 맞춰 야학을 찾은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부터 발을 뺄 수가 없었죠.”
전씨는 요즘 ‘2000년 야학인 한마당’ 기획분과를 맡고 있다. 지난 88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돼온 한마당이 내부사정으로 지난해에는 열리지 못했다. 그도 지난해 야학을 그만뒀다. 결혼을 하고, 먹고살아야 했다. 영어강사로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야학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학원에서 30∼40대 아주머니들한테 기초영어를 가르치면서도 ‘야학에 가면 무료로 배울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6월 야학인 한마당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팔을 걷어붙였다. “오랫동안 야학을 하던 분들이 야학을 떠나는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야학인 한마당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오는 10월22일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야학인 한마당의 주제는 ‘연대’이다. 내부사정 탓에 지난해 한마당행사를 거른 것을 성찰하고 개별 야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뜻에서다.
전씨는 요즘 아침 8시∼오후 2시, 그리고 저녁에 3시간 동안 학원 강의를 하며 야학인 한마당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문제다. 적자가 나면 행사를 준비한 이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와 여러 단체를 찾아다녀도 후원자를 찾지 못했다. “야학은 정말 생활이 어려운 계층한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런 야학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후원: 신한은행 359-02-160769(류정민), 조흥은행 901-04-294357(류정민)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