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학생들 곁으로…
등록 : 2003-01-15 00:00 수정 :
덕성여대
성낙돈 교수(49·교육학)에게 1월6일은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지난 수년간 교수협의회를 이끌며 사학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신상전 교수가 제6대 덕성여대 총장으로 취임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덕성여대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학생과 직원, 학부모, 졸업생, 지역주민들이 모였다. 총장실 점거, 수업거부 농성 등으로 최근 3년 동안 바람 잘 날 없던 덕성여대에 모처럼 화기애애한 웃음꽃이 피었다. 성 교수도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성 교수는 1990년 재임용 탈락 1호 교수였다. 89년 개악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당시 사학 재단의 맹주로 꼽힌 박원국 전 이사장은 입바른 소리를 하는 성 교수를 본보기로 ‘잘랐다’. 이를 시작으로 90년 내내 모든 사학 재단에서 재임용 탈락이라는 칼춤이 벌어졌다. 성 교수는 학원강사와 막노동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교수단체에 참여하고 사학 개혁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99년 10년 만에 복직했으나 또 다른 싸움의 한복판에 서야 했다. 학교 안에서는 박원국 이사장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농성이, 학교 밖에서는 99년 두 번째 사립학교법 개악에 맞서 시민사회단체와 교수노조의 싸움이 한창이었다. 특히 졸업생과 동문, 학부모까지 재단과의 싸움에 가세한 덕성여대는 사학 개혁의 시금석으로 꼽히는 만큼 성 교수는 복직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편안하게 교단에 서지 못했다.
성 교수는 “새 총장을 맞이하는 기쁨이 큰 만큼 책임도 큽니다. 사학 재단에 전권을 주는 현행 사립학교법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평화는 태풍의 눈과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교수노조 집행부로 활동해온 성 교수는 당분간 학내 정상화에 힘 쏟을 생각이다. 온갖 ‘꽃보직’을 마다하고 그가 맡은 일은 대학신문 주간교수. 90년 덕성여대를 떠난 뒤 13년 만에 ‘드디어’ 학생들 곁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