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차없는 캠퍼스’
등록 : 2000-10-10 00:00 수정 :
“환경운동 활동가요? 글쎄요. 꼭 활동가가 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내 일을 갖고 생활하면서 주변의 환경을 지키고 가꿔나갈 겁니다.”
성공회대 환경동아리 ‘오래된 미래’의 회장 이현님(20·유통정보학과 2학년·사진 오른쪽)씨는 말하는 구석이 당찬 데가 있었다. 이런 야무진 면이 지난 10월5일 성공회대를 ‘차없는 캠퍼스’로 만들었다.
“학교 캠퍼스는 좁고 학생은 2천명인데 차는 100여대가 주차돼 있으니까 차 1대가 20명의 보행을 막고 있는 셈이죠. 차라는 게 편한 것이긴 하지만 생산 자체부터 최종 소비까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표적인 물건이죠.” 한달에 하루 만이라도 차량이 없는 대학을 만들자는 게 ‘오래된 미래’가 선포한 ‘차없는 캠퍼스’의 기획 동기이다. 이날 대학총장을 비롯한 교직원들도 차없는 교내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즐기는 등 행사에 적극 동참했다. 행사가 이뤄지지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우선 설문조사를 벌여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모은 뒤 학교에 기획안을 제출했다. 선뜻 동의하지 않는 교수와 교직원한테는 ‘오래된 미래’ 회원들이 일일이 찾아가 동의를 구해야 했다.
‘오래된 미래’는 이 날 행사를 시작으로 아예 매월 하루씩 날을 정해 교내 차량출입을 금지하자고 대학당국에 제안했다. 대학당국의 답변은 아직 오지 않았다. 외부에서 차를 끌고 오는 강사들도 있는데다 차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교직원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지금 성공회대 안에서는 컵라면을 구경할 수 없다. 지난해 환경호르몬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자 ‘오래된 미래’가 컵라면 판매 반대운동에 나서 이를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봐도 ‘오래된 미래’는 단순한 친목 ‘동아리’를 넘어 대학 내 환경운동 ‘단체’다.
이씨는 그러나 정작 자신이 배우고 있는 유통정보학은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학문이라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저는 유통정보학 중 그린마케팅을 전공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그린마케팅이 다들 ‘마케팅’을 위해 ‘그린’을 이용하기만 할 뿐 실제 환경보호는 뒷전인 게 현실이잖아요. 오히려 그런 마케팅으로 환경을 훼손하는 상품판매량만 늘리고 있어요.”
멋쩍은 듯 웃어보인 그의 꿈은 돈벌이만 좇지 않는 진정한 그린마케팅 전문가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미 환경운동 활동가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