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똑바로 하란 말이다”
등록 : 2003-01-06 00:00 수정 :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노과 선후배 사이인
성종환·전혜진·최문정(왼쪽부터)씨. 한노과 전임교수직 임용에 탈락하자 지난 5월 학교쪽을 상대로 임용 관련서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함께 제기한(<한겨레21> 410호) 공동원고 사이다. 이들은 12월21일 서울 행정법원의 판결문을 받아 들고 오랜만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법원이 임용과정의 최종심사 평정표를 공개하도록 판결해 이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교수임용 탈락자가 선정과정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탈락자 전원이 합심해서 소송을 낸 유례는 없다. 법원은 “심사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이 어떤 이유로 탈락했는지, 어떤 평가항목에서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알아보려고 시도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알권리에 포함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대학의 교수임용 심사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임용 과정의 심사표를 사후에 공개해야 한다면 대학쪽이 도드라지게 불공정한 심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아직 산을 다 넘은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단지 최종심사 평정표를 공개하라는 것일 뿐이지 심사의 편파성까지 입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쪽 대응 여부에 따라 평정표 공개가 대법원 판결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 최문정씨는 “심사결과가 뒤집어져 우리 가운데 한명이 교수로 새롭게 임용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한 잘못이 있는데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대학사회의 풍토를 깨트리고 싶었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라는 대학사회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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