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GAMMA)
고구려를 몹시 싫어한 당 태종은 644년 낙양에서 공포한 ‘토고구려조’(討高句麗詔)에서 전쟁의 이유를 다섯 가지로 들었습니다. 첫째, 당은 대국인데 고구려는 소국이다. 둘째, 고구려는 당이 설정한 국제질서를 거역하고 있다. 셋째, 당은 국정이 안정되어 있는데 고구려에서는 연개소문이 내란을 일으켜 당의 책봉을 받은 건무왕을 시해하고 제멋대로 보장왕을 세웠다. 넷째, 당의 국민은 평온한데 고구려의 백성은 고생이 많다. 다섯째, 당의 백성은 행복한데 고구려의 백성은 원한을 품고 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공격을 위한 변명입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취하는 태도가 1천여년 전 무지막지한 당나라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7일 “한국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가 아니라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정책”이라고 썼습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동시에 이것은 한-미 관계가 중대한 고비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 내에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고, 한반도 주변국들도 평화로운 해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평화 만들기는 상당부분 우리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자주와 평화로 월드컵 때처럼 한마음이 되면 한반도의 위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평화입니다. 평화를 만들 때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