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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방송과 인터넷의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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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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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세대별·지지후보별 미디어의 영향력에 차이 두드러져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 <조선일보>의 12월19일치 사설 제목이다.

“…16대 투표를 7시간 앞둔 상황에서 정씨가 후보단일화를 철회했다. 이로써 대선 정국은 180도 뒤집어졌다. (…) 오늘 하루 전국의 유권자들은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며 투표소로 향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후보단일화에 합의했고 유세를 함께 다니며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준 정몽준씨마저 ‘노 후보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이제 최종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방송에 영향


하지만 <조선일보>의 ‘유권자, 노무현을 버리자’는 호소는 끝내 실패했다. ‘킹메이커’에 집착한 <조선일보>의 오판이었다. 이는 변화를 바라는 20~30대의 정서와 인터넷·영상 세대의 약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대선 뒤 한 여론기관의 조사결과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경남 지역의 20~30대 가운데 40∼42%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할 정도였다. 이런 20~30대에게 <조선일보> 보도가 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네티즌들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게시판에 몰려가 “유권자, 찌라시를 버렸다”며 <조선일보>의 불공정성을 비꼬았다.

이번 대선에서 세대와 지지후보에 따라 지지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가 크게 달랐다. 이 같은 사실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인터넷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12월9~11일에 네티즌 2만7811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 보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이미 드러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30대는 지지후보를 결정할 때 신문·잡지보다 텔레비전 방송의 영향을 3배 이상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잡지가 ‘대선후보 결정에 가장 영향을 미친 매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17.4% △30대 18.8%였다. 이에 비해 텔레비전 토론과 텔레비전 뉴스를 꼽은 비율은 △20대 59.4% △30대 59.9%였다.

지지후보별로 보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30.5%가 지지후보 결정에 신문·잡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반면 신문·잡지를 든 비율은 △노무현 후보 지지자 18.6% △권영길 후보 지지자는 14.5%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권영길 후보는 3차례 텔레비전 합동토론회 효과를 가장 많이 봤다. 권영길 후보 지지자의 42.0%가 텔레비전 토론이 지지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반면 이회창 후보 지지자의 23.5%, 노무현 후보 지지자의 29.5%가 텔레비전 토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후보 결정에 인터넷 정치관련 사이트를 꼽은 응답자는 20~30대의 높은 지지를 받은 노무현 후보 지지자가 11.9%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권영길 후보 지지자 7.7%, 이회창 후보 지지자 4.3% 순서였다.

대선 관련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생각에서도 세대 간, 지지후보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가장 공정한 대선 보도를 한 방송사를 묻는 질문에 20~30대에서는 문화방송이, 50대 이상에서는 한국방송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공정한 보도를 한 방송사를 묻는 질문에 이회창 후보 지지층에서는 △한국방송 27.3% △SBS 13.4% △문화방송 12.0% 순이었다. 같은 질문에 노무현 후보 지지층에서는 △문화방송 35.8% △한국방송 16.6% △SBS 4.3% 순으로 답했다.

공정성 인식도 세대 간 차이 두드러져

신문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응답도 차이가 있었다. 중앙일간지 가운데 대선 보도가 가장 공정한 신문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15.3%가 <한겨레>를 꼽았고, <조선일보>(8.6%), <동아일보>(8.4%), <중앙일보>(8.3%)가 비슷한 비율로 그 뒤를 이었다.

<한겨레>는 20대(18.6%), 30대(21%), 40대(14.2%)까지는 가장 공정한 보도를 했다고 꼽혔으나 50대 이상 응답자에서는 8.9%로 뚝 떨어졌다. <조선일보> 대선 보도가 가장 공정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20대 3.9%, 30대 5.2%, 40대 8.6%, 50대 이상에서는 15.0%로 조사돼 나이가 많을수록 올라갔다.

여론조사와 개표결과에서 확인됐듯 이번 대선은 50대 이상 문자·아나로그 세대에 대한 20~30대 영상·디지털 세대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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