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하와이 김치왕
등록 : 2002-12-26 00:00 수정 :
하와이 함스사의 김치는 한인들이 먹기에는 너무 싱겁다. 그러나 배추의 속살이 다 드러나는 싱거운 ‘함스 김치’는 다인종 사회로 소문난 하와이 주민들의 입맛을 평정하고 있다. 배추김치만 하루 7천병 이상 생산되고, 일부분은 로스앤젤레스까지 수출된다. 이 거대한 김치 그룹을 이끌고 있는 함스사 대표
마이클 아이리시(44)는 파란 눈을 가진 사내다.
“어릴 때부터 한국음식만 먹고 자랐죠.” 외모로만 보면 전혀 한인의 냄새가 풍기지 않지만 아이리시의 피는 50%가 ‘한국산’이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일하던 한국 이민자 1세대였고, 외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사진 한장 달랑 들고 인천항을 떠나온 일명 ‘사진신부’다. 어머니는 워싱턴에서 학교를 다니다 미국인 아버지를 만났다.
아이리시가 함스사를 세운 것은 1985년. “한국 김치는 워낙 맵고 짜서 사람들이 잘 안 사가요.” 아버지의 생선회사를 물려받은 그는 4가지의 김치를 개발해 다른 인종들의 입맛을 공략했다. 모아놓은 돈을 다 날릴 정도로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조금씩 회사를 늘려가서 이제 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우뚝 섰다. “함스 김치를 안 먹어본 하와이 주민은 없다”는 말이 통할 정도다. 최근에는 대구포와 무장아찌까지 상품화해 호평을 받았다. 김치나 그 외 한국 반찬들의 재료는 물론 멀리 한국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아이리시는 “음식은 음악과 같은 것”이라 말한다. 음식은 모르는 사람이 만나면 가장 먼저 나누는 것이고, 좋은 음악이 국경을 넘어 흐르듯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게 만든다. 아시아인·백인·흑인·폴리네시아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하와이 사회에서 음식의 역할은 더욱 특별하다. 그렇다면 혼혈인 그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을까 “전 하와이인이라는 게 첫 번째 느낌이에요. 두 번째 느낌은 한국인이고요.” 1월13일 한국 이민 100주년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그의 ‘두 번째 느낌’이 살아나나 보다. 그는 최근 한인TV방송에 100주년 후원 광고를 내는 등 신바람나게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하와이= 유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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