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정 여자로 거듭난 연예인 하리수씨… 성적 자기결정권 확대의 시금석 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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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하리수(27)씨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첫 번째 숫자를 여성을 가리키는 ‘2’로 바꾸고 마침내 ‘법무부 인정’ 여성이 되었다. 인천지방법원이 12월13일 하씨가 낸 호적정정 및 개명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로써 하씨의 호적상 성별과 이름이 남성 ‘이경엽’에서 여성 ‘이경은’으로 바뀌었다. 호적정정 소식을 들은 하씨는 “이제야 비로소 ‘여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세명쯤 입양해 키우고 싶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천여 성전환자들 고통의 나날 보내
하씨의 눈물은 결코 ‘오버’가 아니다. 타고난 성별과 성적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전환자(트랜스젠더·Transgender)들에게 호적 정정문제는 상징적인 자아찾기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들은 외모와 주민등록상 성별의 불일치 탓에 취업과 결혼 등 일상생활에서 끊임없는 차별을 당해왔기 때문이다. 성전환자 정아무개(31)씨는 “대학 졸업 뒤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져 취업을 포기하고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은 안정된 직장을 포기한 채 신분증명이 필요 없는 임시직으로 떠돌거나 성전환자를 고용하는 유흥업소로 흘러들어가야 했다. 일부 성전환자들은 사실혼 관계에 있지만 혼인신고도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1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성전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성전환자들은 범죄행위를 당하고도 속수무책이었다. 1995년 성전환자인 30대 여성은 한 남성에게 강간을 당했지만 대법원은 “형법상 강간죄는 ‘부녀’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2001년에는 성전환자 김아무개(당시 41)씨가 “외모와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전환자들의 호적정정 신청은 87년 첫 소송 이래로 꾸준히 이어져왔다. 하지만 호적정정 허가 여부는 판사에 따라 일관성 없이 결정됐다. 올 7월 부산지법이 성전환자 윤아무개(30)씨가 낸 성별정정 신청을 받아들인 반면 지난해 4월 대구지법은 남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허아무개(25)씨의 호적정정 신청을 기각했다. 90년 천안지원의 첫 호적정정 허가를 시작으로 하리수씨까지 모두 6명의 성전환자만이 호적정정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지난 11월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의 대표발의로 여야의원 20명이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관한 특례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일관성 있는 법적용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 지난 5월 특별법 발의 의사를 밝힌 김 의원은 관련 인권단체들과 공청회를 여는 등 입안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김 의원 등이 제출한 특별법은 성별정정의 요건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미혼이며 △병역의무를 면제받거나 마쳤을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72년 스웨덴을 최초로 미국·네덜란드·독일 등 서구 국가에서 성별정정 권리는 이미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터키·필리핀 등 제3세계 국가들도 성별정정을 인정하는 추세다.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할 수 없나
성적 소수자단체들은 특별법 제출을 환영하면서도 법안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욜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는 “성전환자 중에는 성전환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수천만원의 수술비 부담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도 본인이 원하면 호적정정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천여명의 성전환자들이 하리수씨의 ‘눈물’을 부러워하고 있다.
신윤동욱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2부 syuk@hani.co.kr

사진/ 마침내 남자에서 여자로! 하리수씨가 호적정정과 개명으로 이브를 소망하던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이용호 기자)
하씨의 눈물은 결코 ‘오버’가 아니다. 타고난 성별과 성적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성전환자(트랜스젠더·Transgender)들에게 호적 정정문제는 상징적인 자아찾기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들은 외모와 주민등록상 성별의 불일치 탓에 취업과 결혼 등 일상생활에서 끊임없는 차별을 당해왔기 때문이다. 성전환자 정아무개(31)씨는 “대학 졸업 뒤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져 취업을 포기하고 자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은 안정된 직장을 포기한 채 신분증명이 필요 없는 임시직으로 떠돌거나 성전환자를 고용하는 유흥업소로 흘러들어가야 했다. 일부 성전환자들은 사실혼 관계에 있지만 혼인신고도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1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성전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