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앞서 1988년 경기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가던 일곱살짜리 아이가 미군 트럭에 깔려 죽었지만 미군당국으로부터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하고 6년여의 지루한 민사재판으로 겨우 보상받았을 때, 한국의 언론들이 이 사건을 끈질기게 물고늘어졌다면 이번처럼 미군 차량에 깔려 죽는 사고가 또 일어났을까 결국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번번이 흘려보냈고 그 결과는 더 큰 희생이었습니다. 효순이 미선이는 주한미군과 불평등한 SOFA, 우리의 저자세라는 3각의 덫에 걸린 희생물입니다. 3각 덫은 아가리를 벌리고 더 큰 희생을 요구해왔습니다. 견고한 덫은 우리가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2002년 트라이앵글의 한쪽이 허물어졌습니다. 우리는 바뀌었고, 대등한 관계와 공정함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도한 물결은 불평등한 SOFA라는 덫의 또 다른 한쪽을 거세게 치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이 물결은, 전쟁 억지의 효과도 있었지만 분단과 예속을 고착화해온 주한미군의 존재에도 미칠 것입니다. 올해는 한반도에 평화와 주권을 향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고, 미국 패권주의를 거부한 세계사적 사건이 일어난 각성의 한해였습니다. 우리를 일깨우고 광화문으로 내몬 보이지 않는 손은 효순이 미선이입니다. 두 소녀를 이번 송년호 ‘올해의 인물’로 올렸습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