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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철학계 거목’ 박종홍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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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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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한국철학계의 거목이라는 박종홍철학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 비판의 날을 세운 자리입니다.”

지난 12월14일 ‘박종홍철학 비판’을 주제로 창립학술회의를 연 ‘비판철학회’ 회장 양재혁 교수(성균관대 중국철학과)는 박종홍의 학문과 인생을 탐구하다 보면 우리 철학계가 수십년 동안 걸어온 모순의 길이 보인다고 했다. “한국철학의 접근방식에 박종홍 철학을 몇쪽에 걸쳐 언급하지 않는 개론서는 드뭅니다. 또한 그를 ‘세계적 철학자’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제시대부터 독재정권까지 독특한 논리로 시대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부응해온 박종홍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학술회의에서 초점을 맞춘 대목은 시기별로 양태를 달리하며 박종홍철학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는 데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다. “박종홍은 식민통치 시기 ‘모두가 하나’라는 논리로 황국신민의 도리를 말하다가 해방 뒤엔 미군정의 지원 아래 미국철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친미반공철학으로 무장했습니다. 이는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사회분과위원으로 추대된 뒤 절정으로 치달아 국가건설을 위한 성전의 길로 가야 함을 촉구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양 교수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박종홍이 하나의 학문적 제도로서 끼친 영향이다. “미군정기 갖은 논란 속에서 서울대가 탄생했습니다. 이때 박종홍은 창립멤버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랫동안 제자들을 길러냈고 이를 중심으로 탄탄한 인맥망을 쌓았습니다. 이는 그가 저지른 학문적 과오를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습니다.”

20여명의 연구자가 활동하는 비판철학회는 내년엔 일제시대 조선성리학을 연구한 다카하시 도오루를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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