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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삭발까지 한 과격한(?)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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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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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상준)
“주한미군이 저지른 만행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오만함과 인종주의의 결과입니다. 즉각 주한미군이 철수해서 한국 국민이 평화롭고 통일된 나라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미국 뉴욕에 사는 더스틴 랭리(34)는 ‘방미 항의시위단’이 12월7일 백악관 앞에서 연 여중생 사건 항의집회에 5시간을 버스로 달려와 참여했다. 그리고 어린 두 영혼을 위해 거행된 삭발식에서 재미동포 3명과 함께 머리카락을 잘랐다.

“어떤 한국인이 설명해줘서 삭발의 뜻을 알 수 있었어요. 저항의 의지를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긴장됐지만, 좋았습니다.”

진지한 표정의 미국인 초보() 반전평화운동가 더스틴 랭리는 현역과 예비역을 합쳐 6년간 미 해군 군인으로 복무했다. 아버지 직업도 해군이었고 집안과 주위가 온통 군대 분위기라 입대는 자연스러웠다. 그런 사람이 올 초 뉴욕의 반전평화운동단체 국제행동센터(IAC·International Action Center)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어쩐지 튀어보인다. 어떤 결정적 계기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군대에서 문제의 그 사람들, 노엄 촘스키와 하워드 진 등의 책을 읽은 것과 대중매체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한 것이 계기라면 계기”라는 기대 이하()의 대답을 한다.

그는 “미선, 효순의 사건을 접하고 제가 군인이었다는 점과 그동안 베트남이나 중남미 등에서의 미군 만행만 알고 있었던 점 등으로 무척 부끄러웠다. 앞으로 내가 하려는 활동에 ‘비극의 땅,코리아’를 추가하겠다”고 말한다. 그의 계획은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살려 ‘미군 안에서 명백히 불법적이고 반인륜적 명령체계’를 밝히고 거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경력 6년이 된 바텐더로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만약, 한국인 누군가가 뉴욕의 73가 3 애비뉴의 한 칵테일을 찾아가 맛 좋은 마티니 한잔을 주문한다면 ‘어떤 머리 짧고 진지한 눈빛’의 바텐더를 만날수 있을 게다.

김상준/ 사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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