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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청소년도 대통령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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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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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대한민국 청소년 ‘표’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는 대학 3학년 박준표(22)씨. ‘대학생’이라는 정체성보다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까닭은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으로 살아온 흔적이 그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초부터 선거연령 만 18살 낮추기운동에 여념이 없다. 온라인 사이트 ‘낮추자’(www.downage.net)를 만들어 서명을 받으면서 전국 중·고·대학교에 홍보 스티커를 뿌리고 있다. 문화개혁시민연대·학벌없는사회 등의 시민단체와 손잡고 문을 연 이 사이트는 다른 시민단체의 문도 계속 두드리고 있다. 대선 당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번 대선에 동참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대통령을 뽑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 99년 말 시작된 두발제한반대운동을 주도한 청소년웹연대 ‘위드’의 공동대표 출신이다. 왜 대학에 입학하고도 청소년운동에서 발을 빼지 못할까

“중·고등학교 때 부모님은 늘 ‘청소년기의 추억이 평생 간다’고 말했지만, 제가 하는 일이라곤 영어·수학 책 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는데, 교장 선생님의 첫마디가 ‘조용히 1년 있다가 졸업해라’였죠. 총학생회장이 하는 일이라고는 각 반이 신청한 크리스마스실 수를 세는 것밖에 없었어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온라인에서 두발제한반대운동을 벌인 뒤 선거연령 낮추기운동까지 이어졌다. “두발제한반대운동이 청소년이 기성세대에게 말을 거는 단계의 운동이었다면, 선거연령 낮추기운동은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와 함께 우리 사회를 사랑하고 책임지겠다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선거연령은 아주 정치적인 문제예요. 그러니까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야죠. 여성의 몸이 아이를 낳는 존재로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듯 청소년도 어른이 되기 위해서만 있는 것은 아니죠. 이 운동은 청소년을 더 이상 미성숙한 존재로 보지 말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반자로 인정하라는 몸짓입니다.”

김아리 기자/ 한겨레 사회1부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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