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은 공무원 노조를 어떻게 바라볼까 먼저 이회창 후보는 공무원 ‘조합’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노무현·권영길 후보는 공무원 ‘노동조합’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1995년, 독일 노총의 정기대의원대회에 초청받아 베를린을 방문한 때였다. 독일 노총이 주최한 만찬장에서 마주 앉은 사람들은 나이지리아 교원과 공무원노조 소속의 간부들이었다. 축구와 석유의 나라이자 200만명이 굶어죽은 비아프라의 나라, 게다가 쿠데타로 쿠데타 정권이 쓰러지고 다시 쿠데타 정권이 들어서는 나라가 당시의 나이지리아였다. “한국에서 교원 및 공무원 노조는 어떻습니까” 저녁의 미풍 속에 맥주잔을 기울이던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모두가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원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1500명이나 해고당했죠. 일반 공무원 노조는 없고요.” 나이지리아 노조 간부들의 놀랍다는 표정 뒤로 한심스러움과 동정어린 시선이 언뜻 스쳐가고 있었다.
한국과 대만에만 없는 공무원 노동조합
위대한 문민의 시대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뒤 전교조 결성 및 해직사건은 1999년의 합법화에 이어 2002년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는 여전히 불법단체의 멍에를 쓴 채 불법집회와 경찰과의 충돌, 그리고 징계의 악순환을 밟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대한 문민정부의 약속과 이를 이어받은 김대중 후보의 대선공약이 무색해지는 순간들이었다. 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가 중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그럼 대선후보들은 공무원 노조를 어떻게 바라볼까 먼저 이회창 후보는 공무원 ‘조합’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노무현·권영길 후보는 공무원 ‘노동조합’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1998년, 정부도 한 당사자로 참여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다. 공무원 ‘조합’은 쟁의의 조정이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조합’과는 차이가 난다. 게다가 노조라면 눈허리가 시어 못 보는 행정자치부가 주무부서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단체교섭권이다. 여기에서는 딴 자리에서 자도 꿈은 같다고나 할까, 이회창·노무현 후보가 같은 의견이다. 즉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더라도 예산이나 법령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영길 후보는 제한 없는 협약체결권을 주장한다. 공무원의 경우 임금 및 근로조건은 예산 및 법령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국회나 지방의회의 소관사항이다. 다시 말해 단체교섭이 국회나 지방의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프랑스에서조차 협약의 결과가 정부를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의 보장이 중요하더라도 그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에 대해 국제노동기구는 유보적 입장을 갖고 있다. 즉 국가통치권의 일부를 행사하는 공무원의 경우 제3의 기관에 의한 신속한 조정 중재라는 적절한 보상조치가 있으면 단체행동권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에 대해 이회창·노무현 후보는 부정적 입장인 반면 권영길 후보는 허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과연 현실적으로 여론이 그것을 수용할 것이며 국회 통과 또한 가능할 것인가라고 물을 수 있다. 노동3권의 완전보장은 비현실적 공무원 ‘노동조합’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특성상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한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며 단체행동권의 보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노사정 합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무원 ‘조합’의 인정이나 노동3권의 무제한적 보장이라는 공약이 바람직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허용은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인권보장의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국제기구나 ‘나이지리아’ 공무원 노조로부터 비난과 동정을 피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부분이다. 공무원 노조의 허용 없이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는 것은 그것이 위로부터의 개혁이자 공무원의 참여 없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실패한 개혁의 반복으로 그칠 뿐이다. 공무원 노동조합 역시 노동3권의 완전쟁취라는 ‘집회용 구호’를 잠시 접고 현실에 바탕을 둔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이 절(寺) 모르고 시주하는 어리석음을 벗어나는 길일 것이다.

사진/ 박태주ㅣ산업연구원 연구위원·노사관계학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그럼 대선후보들은 공무원 노조를 어떻게 바라볼까 먼저 이회창 후보는 공무원 ‘조합’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노무현·권영길 후보는 공무원 ‘노동조합’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1998년, 정부도 한 당사자로 참여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다. 공무원 ‘조합’은 쟁의의 조정이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조합’과는 차이가 난다. 게다가 노조라면 눈허리가 시어 못 보는 행정자치부가 주무부서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단체교섭권이다. 여기에서는 딴 자리에서 자도 꿈은 같다고나 할까, 이회창·노무현 후보가 같은 의견이다. 즉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더라도 예산이나 법령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영길 후보는 제한 없는 협약체결권을 주장한다. 공무원의 경우 임금 및 근로조건은 예산 및 법령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국회나 지방의회의 소관사항이다. 다시 말해 단체교섭이 국회나 지방의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프랑스에서조차 협약의 결과가 정부를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의 보장이 중요하더라도 그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에 대해 국제노동기구는 유보적 입장을 갖고 있다. 즉 국가통치권의 일부를 행사하는 공무원의 경우 제3의 기관에 의한 신속한 조정 중재라는 적절한 보상조치가 있으면 단체행동권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에 대해 이회창·노무현 후보는 부정적 입장인 반면 권영길 후보는 허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과연 현실적으로 여론이 그것을 수용할 것이며 국회 통과 또한 가능할 것인가라고 물을 수 있다. 노동3권의 완전보장은 비현실적 공무원 ‘노동조합’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특성상 단체협약의 효력에 대한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며 단체행동권의 보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노사정 합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무원 ‘조합’의 인정이나 노동3권의 무제한적 보장이라는 공약이 바람직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허용은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인권보장의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국제기구나 ‘나이지리아’ 공무원 노조로부터 비난과 동정을 피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부분이다. 공무원 노조의 허용 없이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는 것은 그것이 위로부터의 개혁이자 공무원의 참여 없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실패한 개혁의 반복으로 그칠 뿐이다. 공무원 노동조합 역시 노동3권의 완전쟁취라는 ‘집회용 구호’를 잠시 접고 현실에 바탕을 둔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이 절(寺) 모르고 시주하는 어리석음을 벗어나는 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