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받은 119kg
등록 : 2002-12-04 00:00 수정 :
“피고는 119kg이나 되는 자신의 몸뚱이로 피해자를 짓눌러 숨지게 했습니다.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에 처해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검사의 추상같은 논고가 이어지는 동안 육중한 체구의 독일 배우
귄터 카우프만(56)은 연신 땀을 닦아냈다. 그는 지난해 2월 회계사 하르트무트 하겐(당시 60살)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은 이미 고인이 된 카우프만의 아내 알렉젠드리아가 미국 연금회사로부터 거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하겐에게서 미화 50만달러를 받아 가로채면서 시작됐다. 사기당한 것을 눈치챈 하겐은 카우프만을 찾아와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 카우프만은 하겐을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하겐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결국 숨을 거뒀다.
카우프만은 법정에서 “치명적인 실수였다. 말다툼 끝에 겁을 주려다 잘못해서 하겐쪽으로 넘어졌는데, 그가 숨을 멈춰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의학전문가들은 “사람이 질식시켜 숨을 거두기까지는 5분 이상이 걸린다”고 진술했으며, 이에 따라 검찰은 카우프만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을 맡은 유르겐 한라이츠 재판장은 지난 11월28일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통상적인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닌 점으로 미뤄 의도적 살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수강도와 협박 등의 혐의만 적용해 카우프만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주독 미군병사와 독일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카우프만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등에 출연하면서 주목을 끈 배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