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그들의 고통, 노조결성 통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찾겠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오히려 힘들고 굳은 일은 도맡아 한다. 퇴직금, 연월차 수당은 꿈도 못 꾼다. 그런데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심지어 같이 일하는 노동자에게 인간적인 무시까지 당한다. 어쩌다 노조라도 만들면 집단해고 당하기 일쑤다. 단지 ‘사내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노동, 어이없는 임금
비정규 노동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파견직, 용역직도 있고 일용직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운전, 청소, 경비업무 등 서비스 업종에 종사한다. 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직접 생산현장에 투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식적으로 하청회사 소속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원청회사의 사업장에서 원청회사의 생산시설에 투입돼 정규직들과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작업지시도 원청의 관리자로부터 직접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내하청업체의 사업주는 아무런 생산설비도 갖출 필요없이 그저 인력만 공급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사내하청업체에서 노조가 결성되면 원청은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그만이다.
주로 조선소, 자동차 등 중공업 분야에 한정돼 있던 사내하청은 최근 들어 점점 다른 생산업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노조를 결성하면 즉시 계약이 해지돼 거리로 내몰리는 하청노동자들. ‘청정원’으로 유명한 (주)대상식품의 사내하청업체 성호산업 노동자들도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내일이면 집회를 시작한 지 120일째 되는 날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복직을 이뤄내고야 말겠습니다!” 9월28일 점심시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신설동 (주)대상식품 본사 앞에서 상복을 입은 예닐곱명의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주)대상식품 기흥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바로 그 앞에는 (주)대상식품 관리자들이 심란한 얼굴로 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루 일당 1만6천원. 성호산업 40여명 노동자들이 그동안 받아온 임금이다. 한달을 꽉 채워 일해도 채 50만원이 넘기 어려운 최저 생계비 수준이다. 대상식품 사내하청노조 최인호 회계감사는 “IMF가 한창이던 98년, 하청노동자 38명을 뽑는데 무려 270명이나 입사지원을 했다”며 “그나마 이렇게 늙은 사람을 뽑아 준 게 고마워서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며 일해왔다”고 말했다. 성호산업 노동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로 (주)대상식품 직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해왔다. 대상 사내하청 노동조합 정종득 위원장은 “매일 출근하면 일렬로 늘어서 대상관리자들의 지시에 따라 일일이 작업배치를 받았고, 작업감독도 대상이 했다”고 말했다. 도급계약서상 성호산업이 용역받은 업무는 청소와 포장. 생산현장 투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주)대상식품 기흥공장 정규직 노조 김평정 전 위원장은 ‘위장 불법도급’ 혐의로 (주)대상식품 대표이사를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한 상태다. 반면 사내하청 노조를 돕던 전 노조 쟁의부장 김영구씨도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해고된 상태이다. 하지만 기흥공장 관리자는 “성호산업 사람들을 직접 생산라인에 투입한 적이 없다”며 “무단 결근 등 근무태도가 태만해 퇴사시켰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조결성하면 계약 해지로 맞서 대상식품 사내하청 노동조합 정종득 위원장은 임금뿐 아니라 근로조건도 열악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루에도 이 라인 저 라인 옮겨가며 일했습니다. 잠시도 쉴 틈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임금은 정규직 사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죠. 심지어 화장실 청소조차 우리 몫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호산업 노동자들은 4월17일 ‘(주)대상식품 사내하청노조’를 결성했다. 가입대상자 38명 중 23명이 가입했다. 노조가 결성되고 한달 남짓 지난 5월 말, 회사쪽은 성호산업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6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태였다. 계약해지는 곧 성호산업의 폐업을 의미했다. 성호산업 노동자 40여명 전원이 한꺼번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불안정노동 철폐사업단 윤애림씨는 “사내하청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일방적인 계약해지, 그에 따른 폐업이 이어진 전형적인 노조와해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해고되자마자 기흥공장으로 출근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들은 6월22일 (주)대상식품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대상쪽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찜통 더위 속에서 버틴 천막농성도 9월6일 출동한 동대문경찰서와 동대문구청의 철거로 중단됐다. (주)대상식품 앞 집회가 끝나갈 즈음 최인우 노조 회계감사는 시민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어디 가서 하루에 1만6천원 못 벌겠습니까? 저희는 이런 비극이 우리 자식들에게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서 싸우는 겁니다.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합니다!” 거제도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 유창식(33)씨와 김승태(36)씨의 출근투쟁도 벌써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 6월5일 두 사람이 일하던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소영기업은 근로계약서 갱신을 요구했다.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킨 내용이었다. 실질적인 임금삭감은 물론 ‘회사에서 원할 때는 퇴사해야 한다’는 등 불합리한 조항 투성이였다. 퇴사할 결심을 굳히고 있던 6월7일, 아침 조회시간에 반장이 그만둘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두 사람은 퇴사의사를 밝혔고 곧장 회사 출입증과 공구를 반납했다. “이틀 뒤 (퇴사)처리를 해주겠다”는 확인까지 받고 대우조선의 다른 사내하청업체에 입사원서를 냈다. 6월13일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라익기업’으로 옮겨 안전교육을 받던 두 사람은 “아직 (전 사내하청업체의) 출입증이 살아 있으니 나가라”며 퇴실조처를 당했다. 소영기업이 퇴사조처를 해주지 않아 이중취업이 된 것이었다. 소영기업쪽에 항의를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당신들은 본사 전산망에 입력돼 다시는 취업할 수 없을 것”이란 말만 되돌아왔다. “이른바 ‘전산망에 입력됐다’는 말은 더이상 대우조선 사내하청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폐업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노조결성
노동단체를 전혀 모르던 유씨와 김씨는 노동부와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취업방해’를 호소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생계가 막막하던 두 사람은 7월26일 대우조선 서문에서 ‘취업방해 웬말이냐 소영기업 고발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출근투쟁을 시작했다. 사태가 점점 커지자 대우조선 본사와 노동자 사이에 직접적인 충돌이 벌어졌다.
9월25일 오전 7시, 여느 때처럼 현수막을 치고 출근투쟁을 준비하던 이들을 30여명이 덮쳤다. 경비쪽에서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한 지 몇분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원 나온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6명과 함께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유씨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김씨는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고 9월27일 수술을 받았다. 대우조선 인력관리부 사람들도 일부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우리를 덮친 사람들은 분명 대우조선 인력부 사람들”이라며 “회사가 이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인력부 관계자는 “타업체 사람들이 개입을 해서 불가피하게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 노동자 비율은 급속하게 늘고 있다. 대우조선만 해도 정규직 8천명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5천여명. 다른 중공업 대공장에도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절반을 육박한다. 최근 몇년 동안 대부분 중공업 사업장에서 정식사원을 거의 채용한 적이 없다. 퇴직이나 이직으로 생기는 자연 감소인원을 모두 사내하청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저항과 노조결성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를 시작으로 카스코(구기아정기) 광주공장, 인천제철 포항공장 등에서 사내하청노조가 결성되었다. 하지만 번번이 노조결성은 하청계약 해지와 폐업, 폭력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해고의 위험을 감수한 사내하청노조 결성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신윤동욱 기자syuk@hani.co.kr

지난 9월28일 (주)대상실품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
주로 조선소, 자동차 등 중공업 분야에 한정돼 있던 사내하청은 최근 들어 점점 다른 생산업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노조를 결성하면 즉시 계약이 해지돼 거리로 내몰리는 하청노동자들. ‘청정원’으로 유명한 (주)대상식품의 사내하청업체 성호산업 노동자들도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내일이면 집회를 시작한 지 120일째 되는 날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복직을 이뤄내고야 말겠습니다!” 9월28일 점심시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신설동 (주)대상식품 본사 앞에서 상복을 입은 예닐곱명의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주)대상식품 기흥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바로 그 앞에는 (주)대상식품 관리자들이 심란한 얼굴로 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루 일당 1만6천원. 성호산업 40여명 노동자들이 그동안 받아온 임금이다. 한달을 꽉 채워 일해도 채 50만원이 넘기 어려운 최저 생계비 수준이다. 대상식품 사내하청노조 최인호 회계감사는 “IMF가 한창이던 98년, 하청노동자 38명을 뽑는데 무려 270명이나 입사지원을 했다”며 “그나마 이렇게 늙은 사람을 뽑아 준 게 고마워서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며 일해왔다”고 말했다. 성호산업 노동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로 (주)대상식품 직원들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해왔다. 대상 사내하청 노동조합 정종득 위원장은 “매일 출근하면 일렬로 늘어서 대상관리자들의 지시에 따라 일일이 작업배치를 받았고, 작업감독도 대상이 했다”고 말했다. 도급계약서상 성호산업이 용역받은 업무는 청소와 포장. 생산현장 투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주)대상식품 기흥공장 정규직 노조 김평정 전 위원장은 ‘위장 불법도급’ 혐의로 (주)대상식품 대표이사를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한 상태다. 반면 사내하청 노조를 돕던 전 노조 쟁의부장 김영구씨도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해고된 상태이다. 하지만 기흥공장 관리자는 “성호산업 사람들을 직접 생산라인에 투입한 적이 없다”며 “무단 결근 등 근무태도가 태만해 퇴사시켰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조결성하면 계약 해지로 맞서 대상식품 사내하청 노동조합 정종득 위원장은 임금뿐 아니라 근로조건도 열악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루에도 이 라인 저 라인 옮겨가며 일했습니다. 잠시도 쉴 틈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임금은 정규직 사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죠. 심지어 화장실 청소조차 우리 몫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호산업 노동자들은 4월17일 ‘(주)대상식품 사내하청노조’를 결성했다. 가입대상자 38명 중 23명이 가입했다. 노조가 결성되고 한달 남짓 지난 5월 말, 회사쪽은 성호산업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6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태였다. 계약해지는 곧 성호산업의 폐업을 의미했다. 성호산업 노동자 40여명 전원이 한꺼번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불안정노동 철폐사업단 윤애림씨는 “사내하청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일방적인 계약해지, 그에 따른 폐업이 이어진 전형적인 노조와해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해고되자마자 기흥공장으로 출근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들은 6월22일 (주)대상식품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대상쪽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찜통 더위 속에서 버틴 천막농성도 9월6일 출동한 동대문경찰서와 동대문구청의 철거로 중단됐다. (주)대상식품 앞 집회가 끝나갈 즈음 최인우 노조 회계감사는 시민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어디 가서 하루에 1만6천원 못 벌겠습니까? 저희는 이런 비극이 우리 자식들에게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서 싸우는 겁니다.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합니다!” 거제도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 유창식(33)씨와 김승태(36)씨의 출근투쟁도 벌써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 6월5일 두 사람이 일하던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소영기업은 근로계약서 갱신을 요구했다.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킨 내용이었다. 실질적인 임금삭감은 물론 ‘회사에서 원할 때는 퇴사해야 한다’는 등 불합리한 조항 투성이였다. 퇴사할 결심을 굳히고 있던 6월7일, 아침 조회시간에 반장이 그만둘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두 사람은 퇴사의사를 밝혔고 곧장 회사 출입증과 공구를 반납했다. “이틀 뒤 (퇴사)처리를 해주겠다”는 확인까지 받고 대우조선의 다른 사내하청업체에 입사원서를 냈다. 6월13일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라익기업’으로 옮겨 안전교육을 받던 두 사람은 “아직 (전 사내하청업체의) 출입증이 살아 있으니 나가라”며 퇴실조처를 당했다. 소영기업이 퇴사조처를 해주지 않아 이중취업이 된 것이었다. 소영기업쪽에 항의를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당신들은 본사 전산망에 입력돼 다시는 취업할 수 없을 것”이란 말만 되돌아왔다. “이른바 ‘전산망에 입력됐다’는 말은 더이상 대우조선 사내하청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폐업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노조결성

거제 대우조선 서문 앞에서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