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 효순.
너희 두 넋을 대할 낯이 없구나.
지난 여름 끔찍한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월드컵에 미쳐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급기야 사고에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재판결과가 나왔지만, 신문과 방송은 대통령 선거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구나.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해는 떠오르고 세상은 돌아간다. 우리에게 자존감이 있다면, 우리가 정의를 가치 있게 여긴다면 어찌 이리 천연할 수 있겠는가
70여년 전 루쉰이 시위를 하다가 목숨을 잃은 여학생 제자들을 추도하며 인용한 시인 타오젠의 글이 생각난다.
친척의 설움은 아직 가시지 않았건만
남들은 벌써 노래를 부르는구나 죽은 사람이야 무슨 말을 하랴 산 언덕에 영원히 묻혀 있는걸 하지만 너희는 묻히지도 잊히지도 않을 것이다. 재판이 가여운 생명을 두번 죽였고, 두 넋이 무뎌진 자존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법은 최소한의 정의라고 한다. 너희를 앗아간 미군은 미군에 의한 미군을 위한 재판에서 아무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멀건 날에 갓길을 걷는 사람을 치어놓고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이런 법이 지구상 또 어디에 있을까. 소파는 최소한의 정의기는커녕, 정의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불한당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관리들은 재판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읊조리고, 미국 관리들은 정당한 재판을 했다고 발뺌한다. 우리는 가장 부끄러운 인류사로 중세의 면죄부 제도를 꼽는다. 그 제도가 미국과 미군의 이름으로 지금 이 땅에서 존속되고 있다. 얼토당토않은 소파는 개정돼야 한다. 두 목숨을 살릴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억울한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파는 개정돼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너희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사방은 꽉 막혀 있다. 미국은 한-미 소파에 개정할 것이 없다고 버티고, 한국 관리는 지금의 소파는 그래도 ’편안한 소파’라고 말한다. 이럴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물러서거나 싸우거나. 너희 두 넋은 한국인과 한국 경찰이 싸우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참으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거룩할 수가 없다. 싸울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 우리는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들로 여긴 반미 테러리스트들의 외침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그것으로 우선은 족하리라.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남들은 벌써 노래를 부르는구나 죽은 사람이야 무슨 말을 하랴 산 언덕에 영원히 묻혀 있는걸 하지만 너희는 묻히지도 잊히지도 않을 것이다. 재판이 가여운 생명을 두번 죽였고, 두 넋이 무뎌진 자존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법은 최소한의 정의라고 한다. 너희를 앗아간 미군은 미군에 의한 미군을 위한 재판에서 아무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멀건 날에 갓길을 걷는 사람을 치어놓고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이런 법이 지구상 또 어디에 있을까. 소파는 최소한의 정의기는커녕, 정의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불한당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관리들은 재판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읊조리고, 미국 관리들은 정당한 재판을 했다고 발뺌한다. 우리는 가장 부끄러운 인류사로 중세의 면죄부 제도를 꼽는다. 그 제도가 미국과 미군의 이름으로 지금 이 땅에서 존속되고 있다. 얼토당토않은 소파는 개정돼야 한다. 두 목숨을 살릴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억울한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파는 개정돼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너희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사방은 꽉 막혀 있다. 미국은 한-미 소파에 개정할 것이 없다고 버티고, 한국 관리는 지금의 소파는 그래도 ’편안한 소파’라고 말한다. 이럴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물러서거나 싸우거나. 너희 두 넋은 한국인과 한국 경찰이 싸우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참으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거룩할 수가 없다. 싸울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 우리는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들로 여긴 반미 테러리스트들의 외침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그것으로 우선은 족하리라.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