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나 자신을 찾기 위하여
등록 : 2002-11-27 00:00 수정 :
“여자들의 대한민국은 어디 있습니까”
11월23일 각 일간지 광고면을 장식한 민주당 여성정책 홍보문구 가운데 하나다. 정책광고야 특별할 게 없지만 이번 광고는 한 여성이 이미지 모델로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체 누굴까.
주인공은
장재원(34)씨. 광고를 만든 기획사에서 “푸근하면서도 세련된” 주부 이미지를 고르고 고른 인물이다. 촬영 전 실제보다 조금 나이 들어 보이기 위해 약간의 분장을 거쳤다. 모델로 활동하지만 장씨의 본업은 주부이자 연극배우. 10살, 6살난 두 아이를 키우던 그는 2년 전 뒤늦게 “자아를 찾고 싶어”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극단 물레 소속으로 지난 9월에는 <작은 할머니>라는 공연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자신의 활동비와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 동네에서 중학생 영어과외도 하고 모델 일도 한다.
보육료 국가지원, 여성 일자리 창출, 여성 할당제, 호주제 폐지 등을 내건 정책에 100% 동감한다는 장씨는 전형적인 386 여성이다. 대학(한신대 87학번)다닐 때 학보사에서 활동하며 꾸준히 데모를 했고, 한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결혼한 뒤 아이를 갖게 돼 직장을 그만뒀다. 두 아이 키우랴, 남편 뒷바라지하랴 정신없이 지내던 어느 날 장씨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세상에 서고 싶다”는 각성을 했다.
“가정에 매여 지내느라 사실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아요. 386 남성들은 어느덧 사회의 주축이 됐지만, 386 여성들은 대체 어디에 있나요 386 여성들은 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사회 개혁과 진보의 가치를 고민했지만, 그것을 자기 삶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세대예요. 가정과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았고, 좋은 남편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데올로기적 세뇌를 끊임없이 받았죠.”
비록 모델로 번 돈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쓰지는 못하지만 장씨는 “여성이 자기 경제력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절실한 숙제”라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아이디도 ‘늦꿈’이다.
그렇다면 장씨의 지지 후보는 그는 “뒤늦게 일을 가진 주부 입장에서 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